[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위험에 대한 처음으로 경종을 울리고 대책을 호소했던 의사가 끝내 사망했다.
7일 연합보에 따르면 리원량이 환자를 돌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 끝내 숨졌다. 연합보는 중국 환구시보와 CCTV 등 관영 매체를 인용해 우한폐렴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는 리원량 의사가 전날 안타깝게도 사망했다고 전했다.
리원량 의사는 자신이 일하는 우한중심 병원에서 진찰한 환자 여러 명이 2003년 중화권을 휩쓸며 많은 인명피해를 내게 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증상으로 보이는 사실을 알아챘다.
감염 확산을 우려한 리원량은 지난해 12월30일 동료 의사 7명과 함께 SNS를 통해 이 같은 위험 상황을 알리고 널리 전파하도록 애를 썼다.
하지만 리원량은 수일 후 중국 당국으로부터 “허위 정보를 퍼트려 민심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계속 관련 사실을 유포할 경우 체포 당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는 등 압박에 처했다. 리원량 등 8명의 의사는 공안국에 소환돼 잘못을 인정하는 자술서까지 썼다고 알려졌다.
중국 의사 리원량. 사진/뉴시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자 중국 당국은 1월 말 리원량에 사과했지만 그는 환자를 돌보다 감염됐다. 리원량은 1월8일 발열 증상을 나타냈으며 정밀검사를 거쳐 2월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애초 병세를 낙관했지만 6일 들어 급속히 악화돼 그날 저녁 기관 쇠약에 의한 심박정지로 숨을 거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트위터를 통해 리원량 의사의 부음에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한편 리원량의 사망은 신종코로나 부실대응으로 비판 받고 있는 중국 정부에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서맨사 파워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사망 소식 직후 트위터에서 “용감한 의사가 자신의 자유를 걸고 국민들을 살렸다”며 “시진핑의 공포의 문화 속에서 지역 관료들은 (신종코로나라는) 나쁜 소식을 상부에 보고하지 못해 그를 침묵시켰다”고 비판했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