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격전지 '거제'…문대통령 고향 탈환 기대 '민주당' vs 현역 교체 여론 높아진 '한국당'

민주당, 변화된 정치지형에 승산 전망…'3선 도전' 김한표는 공천배제 위기
각 당 후보적합도 조사서 민주당은 이기우 20.8%, 한국당은 서일준 40.2%로 가장 앞서

입력 : 2020-02-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오는 4월15일 치러지는 총선에서는 수도권과 함께 부산·울산·경남 지역이 여야 승부처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호남에서의 의석수 감소에도 부울경에서 약진하며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반대로 자유한국당은 이 지역에서 당초 목표했던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원내 제2당으로 전락했다.
 
특히 부울경 지역 가운데 경남 거제시의 총선 기상도가 심상치 않다. 뉴스토마토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7일과 8일 이틀동안 거제시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7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지지도와 여야 후보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과 한국당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으로서는 한국당과 일대일 구도라면 해볼 만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한국당 내에서는 이 지역 현역 교체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실 거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지역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문 대통령의 고향에서 후보를 당선시켜 국정운영 중간평가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점에서 거제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게 거제는 또 한편으로 총선에서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철옹성 같은 곳이기도 하다. 거제는 진보 성향의 조선 노동자가 다수인 인적 구성에도 역대 총선에서 줄곧 보수당이 승리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 소속의 변광용 현 거제시장이 당시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에게 단 730표로 아쉽게 패배했다.
 
그러나 2017년 대선부터 2018년 지방선거까지 거제에서 민주당 소속 후보가 연이어 대승을 거두면서 이번 총선에 대한 민주당의 기대감이 한층 더 커졌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거제에서 6만8291표를 얻으며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 45.71%를 기록했고, 경남지사 선거에서 김경수 현 지사는 7만2292표를 얻으며 60.04%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의 거제시장을 배출하기도 했다.
 
여야 모두 거제에서의 승리에 기대를 걸면서 민주당과 한국당 내 공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기우 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과 문상모 전 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 백순환 전 대우조선 노동조합 위원장 등 총 3명의 예비후보가 이 지역에 선거에 나섰다. 거제시민을 대상으로 한 민주당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차관이 20.8% 지지율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백순환 전 대우조선 노동조합 위원장이 17.0%, 문상모 전 거제시 지역위원장이 14.2%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지지층에서의 후보적합도에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전 차관이 37.2%의 지지율을 얻으며 백 전 위원장(23.1%)과 문 전 위원장(23.8%)과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이 전 차관은 연령별로 20대(25.3%)와 30대(25.9%)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고, 직업별로는 자영업(27.5%)계층,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층(25.4%)과 진보층(26.2%)에서 다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KSOI
 
거제에서는 3선 도전을 준비 중인 한국당 김한표 의원에 대한 물갈이 여론 높아지고 있다. 거제시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당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서일준 전 거제시 부시장이 40.2%로 김한표 의원(20.8%)보다 19.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준 현 거제정책연구소장은 6.6%의 지지를 받았다. 한국당 내 지지층에서는 서 전 부시장의 지지율이 57.1%로 집계되며 김 의원(32.6%)과의 격차를 20%포인트 이상으로 더욱 벌렸다. 서 전 부시장은 연령별로 50대(50.7%)와 60세 이상(42.2%)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고 직업별로는 자영업(46.7%),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50.6%)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 한국당 안팎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기초단체장을 내준 영남권 의원의 공천 배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단체장 공천을 했던 해당 지역 의원들의 책임 소재를 묻는다는 것인데 김한표 의원도 거제시장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공천 배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출마 선언에서 조선업과 관광산업의 활성화 등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3선에 성공한다면 그 힘으로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후보로 부상중인 서 전 부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지역구 다지기에 나섰다. 그는 거제군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거제시 부시장으로 퇴임하기까지 꿈을 이뤄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총무인사팀장과 총무비서관실 행정관도 지냈다. 지난 거제시장 선거에서는 아깝게 패하기도 했다.
 
거제 선거는 이 지역의 경제 상황과 무소속 후보의 출마가 변수로 꼽힌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정부 대처와 지역 경제 둔화 등의 성적표를 고려한 유권자의 표심이 중요해졌다. 또한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해연 전 경남도의원이 지난달 14일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과 한국당 양자 대결이 아닌 3파전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 이번 각 당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민주당의 경우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응답이 31.4%, 잘 모르겠다가 16.7%로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 비율이 한국당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한국당 후보적합도 조사에선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응답은 24.0%,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4%였다.
 
김동영 KSOI 이사는 "각 정당에서는 무엇보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민주당에서는 정부와 경남도, 거제시와 함께 지역의 난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고려할 것으로 보이고, 한국당에서는 현역의 50%를 교체하겠다고 밝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지역 현역의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역 교체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ARS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 수준이며 응답률은 7.7%다. 통계보정은 2020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셀가중)를 적용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래픽/KSOI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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