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대첩' 이낙연·황교안, 앞다퉈 민생 행보…치열한 유세 경쟁

빅매치 성사 이후 첫 현장 행보…"과거 총리들과 달라" vs "문재인 정권 심판"

입력 : 2020-02-10 오후 2:57:32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정치 1번지' 탈환 경쟁이 시작됐다. '종로 빅매치'가 성사된 첫 주말부터 두 사람은 종로 현장 행보로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특히 종로는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행정 기관이 몰려있고, 윤보선·이명박·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들도 거쳐가면서 정치 1번지로 불린다. 두 사람이 여야를 대표하는 잠룡이라는 점에서 이번 '종로 대첩'은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오는 4·15 총선 최대 흥행 카드에 온 국민의 이목도 종로에 쏠리고 있다.
 
황 대표는 44대 총리로 박근혜 정부 마지막을 맡았고, 이 전 총리는 45대 총리로 문재인 정부의 초반기를 담당했다. 공교롭게 차기 대권 유력 후보로 1·2위를 다투면서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 대표로 종로 빅매치를 벌이게 됐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9일 각각 종로 사직동 재개발 구역 현장과 종로 젊음의 거리 공실 점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왼쪽)이낙연 전 총리·황교안 대표. 사진/ 뉴시스
 
두 사람은 지난 9일 나란히 서울 종로구 일대의 민생 현장을 찾아 본격적인 표밭 다지기에 들어갔다. 이 전 총리는 '종로 맞춤형' 공약을 발표하며 '능력 있는 일꾼' 이미지를 강조했고,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을 집중 부각하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이 전 총리는 전날 종로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종로 맞춤형 4대 공약'을 제시했다. 10일 가량 종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도출한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 청년들이 돌아오는 종로로 탈바꿈 하기 위한 교육·보육·주거 환경·산업의 변화 모색 △ 용산·고양 삼송 구간의 신분당선 연장 추진 △ 전통·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역사 문화 도시로 발전 △ 도시 재생 사업 재추진 등 4개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 총선을 종로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며 "다른 후보들과도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선 "일을 제대로 해 봤다. 과거 총리들과 다르게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해결을 직접 모색하고 진두 지휘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감염병, 가축 전염병, 재난 재해를 많이 겪었지만 대체로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총리였던 황 대표와 차별화를 부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10일에도 종로 일대를 다니며 민심을 경청할 예정이다. 오전 종로구민회관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한 뒤 광장 시장을 찾아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날 계획이다.
 
3일 예비 후보 등록, 이튿날인 4일 창신동 주택가의 '도시 재생' 현장, 6일 이화동 보훈 회관과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찾은 데 이어 주말인 8∼9일 낙원 상가와 돈화문로, 도시환경정비구역 사직 2구역 등을 둘러보며 연일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출마 선언 이틀 만에 민생 현장을 찾아 지역구 민심을 챙겼다. 종로 젊음의 거리 일대의 공실 상가 방문, 성균관대와 정독 도서관(옛 경기고 부지)을 잇따라 찾는 것으로 표밭 갈이에 나섰다. 공실 상가를 첫 방문지로 택한 것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삼청동·혜화동·종로 3가 등 종로의 상권을 과거와 같은 '상권의 메카'로 되돌려 놓겠다는 취지다.
 
는 공실을 둘러본 뒤 "제가 알고 있던 종로는 경제·정치 중심지"라며 "정말 활기차고 많은 분들이 오가는 곳이었는데, 지금 보니 옛날의 활력은 다 없어지고 상가들이 문을 다 닫은 상황이다. 제 마음 한 쪽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또 모교를 방문해 본인이 학창 시절을 보낸 종로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동시에 종로 거리가 경제 활력이 줄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종로 선거는 후보간 대결의 장이 아니라 무지막지한 무법왕(無法王) 문 대통령과의 대결"이라며 연일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고 있다.
 
총선 전략에 대해선 "종로구민들의 마음을 얻는게 필요하고 그 것을 통해 종로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문제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를 먼저 살리기 위한 노력"이라며 "또 큰 목표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총선이 아닌가. 심판할 수 있도록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밤잠을 자지 않고서라도 돕는 그런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황 대표는 이 전 총리가 종로에서 먼저 밑바닥을 다지고 있는 데다, 이 전 총리에 뒤지는 여론 조사도 나온 만큼 역전극을 펼칠 선거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초구에 사는 그는 종로구로 이사하는 것은 물론 선거 사무소 및 캠프 구성으로 총선 채비를 갖출 예정이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일정을 소화한 후 오후부터 종로를 찾아 이틀째 선거 운동을 이어 갈 계획이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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