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의 공장’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광물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제조업 전반에 쓰여 ‘경기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가격에 대한 영향은 ‘사스’ 때보다 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한동안 제조업 생산이 멈춰서고 물류가 차질을 빚으면서 수요가 일시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주요 광물의 국제가격 변동에는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산업계도 우려의 시각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서비스의 ‘주요 광물가격 동향’을 보면 춘절 연휴와 맞물려 감염증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한 1월 마지막 주부터 주요 광물가격이 급락했다. 구리 가격은 1월 마지막 주 톤당 5677달러로, 6105달러였던 전주 대비 7%나 떨어진 뒤, 지난주엔 5668달러로 0.2% 추가 하락했다.
표 제작/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아연도 같은 기간 7% 하락한 2255달러(/톤)에서 2.4% 또 떨어진 2200달러로 하락세를 이어갔고, 니켈만 6.4% 하락한 톤당 1만2646달러를 기록한 후 지난주 인도네시아 원광 수출 금지로 공급이 줄어 1.7% 상승(1만2867달러)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산업 경기 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심화하면서 비철금속의 하방압력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구리 가격 하락은 세계경기 둔화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그룹 우드맥킨지는 “구리 가격에 대한 코로나 영향이 2003년 사스 때보다도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구리 수요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19%에 불과했던 당시에 비해 현재는 50% 이상으로 커진 데다, 사스가 4월 발병해 광저우와 베이징에 집중된 반면 신종코로나는 춘절 연휴와 맞물려 대규모 인구 이동으로 중국 전역에 확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철광석 가격도 지난달 말 톤당 90.16달러로 5.6%하락한 이래 지난주 8% 추가 하락해 82.98달러까지 내려갔다.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도 바닥을 기는 가운데, ‘안전자산’인 금값만 톤당 1570달러대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예방을 위해 지난 10일 대구백화점에서 방역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광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조업계에도 이런 비정상적인 광물가격 급락 현상은 반갑지 않다. 당장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지난해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철강업계의 경우 올 초 제품가격을 인상해 만회하려 했지만 고객사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제품가격이 떨어질 걸 염려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경기침체 쇼크’로 원자재가격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전 세계 생산기지이자 소비기지인 중국 경기침체를 염려한 움직임”이라며 “원료가격 외에도 수요와 생산, 경기 등 모든 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원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어떤 제조업도 반사이익 같은 건 받을 수 없다. 마스크나 손소독제 만들지 않는 이상 반길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며 “지금의 비정상적인 충격이 빨리 끝나고 안정돼야 정상적인 예측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업체 피치솔루션은 “하반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둔화 및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광물 가격이 회복할 것”이라며 “수개월 내 구리 가격은 톤당 6005달러로 상승하고, 철광석은 톤당 85달러, 아연은 톤당 2450달러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