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야간에 검은색 옷을 입고 무단 횡단한 보행자를 치어 사망하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황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며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교통사고처리법 위반(치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황씨는 지난해 1월12일 오후 8시35분쯤 경기 화성시 봉담읍 도로에서 운전하던 중 도로를 건너던 A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에게 전방주시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황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편도 2차로의 아주 넓지는 않은 도로였고, 사고 지점 부근 중앙선 위에 차량진입방지봉이 설치돼 있기는 했으나 사람의 통행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이 아니었다"며 "도로변에는 모텔, 편의점 등도 있어 인적이 드문 곳이라거나 보행자의 존재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근처에 가로등이 설치돼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옥외 광고물의 조명 등으로 인해 비교적 원거리에서도 피해자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은 1심을 뒤집고, 황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일어난 시간은 야간으로서 이 사건 도로 주변에는 가로등이 설치돼 있고, 건물과 건물에 설치돼 있는 간판에서 나오는 불빛이 있기는 했다"며 "하지만 피해자가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 당시 피고인이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피해자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승용차에 설치돼 있던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더라도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야 비로소 피해자의 모습이 확인되고, 따라서 피고인이 미처 제동조치도 취하지 못했다"며 "블랙박스 영상에 사고가 일어나기 약 3초 전에 무단 횡단하는 피해자의 모습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는 사고가 일어난 뒤 블랙박스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고 발견한 것일 뿐 실제 피고인이 사고가 일어나기 약 3초 전에 무단 횡단하는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