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대법원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 7명을 재판부에 복귀하도록 결정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24일 "사법 불신이 바이러스처럼 퍼질 것", "또 다른 사법농단"이라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고, 해당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촉구했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등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관여 법관 재판 복귀 결정 규탄·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시국회의 공동대표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헌법을 위반한 법관이 재판한다는 것은 법치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며 "서로 짬짜미해서 위법을 감싸주는 행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마 사법 불신이 바이러스처럼 전국적으로 퍼져갈 것"이라며 "이번 국회가 며칠 남지 않았고, 법원조차도 위헌 행위가 있었다고 언급했으므로 바로 탄핵 절차에 착수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법농단은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에 버금갈 만한 헌법 유린이고, 법관의 지위를 이용해 법과 정의를 유린한 사건"이라며 "여기에 연루된 법관들을 재판에서 배제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가장 최소한의 조치인데도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자마자 재판에 원상회복시킨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납득할 수 없는, 용인할 수 없는 또 다른 사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은 형법을 위반했느냐의 문제를 넘어 헌법을 위반했고, 사법의 독립을 침해했고,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를 여지없이 짓밟았다"며 "이들을 다시 재판에서 배제함으로써 우리의 사법이 적어도 자기 양심이 있는다는 것 또는 국민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진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은 지금 당장 그들을 다시 재판에서 배제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에서는 당장 이들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 절차를 진행해 헌법을 유린하고 직업윤리를 져버렸을 때 어떤 국가적, 국민적 응징을 받는 것인지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기, 배임과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께 묻는다. 사법 농단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문책하겠다는 약속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라면서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 재판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 사법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발언은 그저 당시 국민의 비판을 모면해 보려는 발언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국회가 나서야 한다. 오늘 기자회견을 함께하는 각 당의 의원들과 함께 정의당은 바로 법관 탄핵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도록 하겠다"며 "사법농단에 대한 심판과 진정한 사법부 독립을 위한 법관 탄핵에 많은 의원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위헌적 재판 개입은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는 재판 개입 사건의 1심판결은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며 "헌법 위반은 명백한 법관의 탄핵 사유인 만큼 국회는 재판 개입과 사법농단으로 사법 신뢰를 무너뜨린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7일 심상철(광주시법원)·이민걸(대구고법)·임성근(부산고법)·신광렬(사법정책연구원)·조의연(서울북부지법)·성창호(서울동부지법)·방창현(대전지법) 부장판사를 다음 달 1일 재판부에 복귀시키는 인사 조처를 했다. 이중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최근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나머지는 1심이 진행 중이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5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