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사법농단 법관 재판 복귀…비판 여론 점차 고조

시민단체, 24일 복귀 결정 규탄·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 개최

입력 : 2020-02-23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사법 연구 업무로 발령받았던 법관 7명이 다음 주 재판부에 복귀할 예정인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탄핵 소추를 촉구하는 주장이 나오는 등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등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은 오는 2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관여 법관 재판 복귀 결정 규탄·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국회의원으로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사법농단 시국회의에서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지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참석한다.
 
한상희 교수는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사태의 법관들에게 복귀 지시를 내린 것은 의지의 문제"라며 "해당 법관들의 혐의가 밝혀질 때까지 재판 업무에서 제외해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독립과 사법 정의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를 반영해야 하는데, 그것에 반할 수 있는 우려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사법농단에 관여한 현직 법관 7명에 대해 사법 연구 발령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고. 이에 따라 사법정책연구원 소속의 신광렬 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판사들이 3월1일부로 재판 업무에 복귀하게 될 예정"이라며 "대법원의 이와 같은 조치를 규탄하고, 국회가 사법농단 관여 현직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에 나설 것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5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19일 논평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번 복귀 결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며 대법원의 조처를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4명의 판사는 법리적 이유로 1심에서 무죄를 받긴 했으나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 3명은 아직 1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며 "재판 업무 배제 조치가 1년도 넘지 않았고,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복귀 조치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탄핵당해야 마땅함에도 현직을 유지하며 재판받는 판사들이 다른 이들을 재판한다면 그 판결을 누가 승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원은 애초 기대와 달리 사법농단 사태 해결에 점점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며 "검찰이 사법농단에 관여된 법관 66명의 명단과 비위 사실을 통보했는데도 그중 아주 일부만을 징계위에 회부했고, 관련된 문건들도 비공개했다"고 지적했다. 
 
또 "1차로 징계에 회부된 법관들조차 최대 정직 6개월에 불과한 처분을 받았고, 추가로 징계위에 회부된 현직 법관 10명에 대해서도 징계가 이뤄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혐의가 중해 기소된 법관들을 재판 업무에 복귀시키는 조치는 대법원장과 대법원이 사법농단 사태의 책임자들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고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고, 향후 예정된 재판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기, 배임과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변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대법원은 애초 사법농단 관여자로 형사소추가 돼 있는 법관이 재판 업무를 지속하는 것에 부적절함이 지적되자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고 이들을 사법 연구 업무에 보임했다"며 "그런데 이러한 보임 이유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없는데도, 나아가 법원에서 직무집행 과정에서의 위헌성이 확인된 법관을 포함해 이들을 섣불리 재판 업무로 복귀하도록 결정을 내린 것은 시민의 사법 신뢰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부적절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판 관여 행위의 위헌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상황임을 고려할 때 국회는 더 이상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면서 "법관에 대한 탄핵은 법관의 형사처벌이 전제되는 것이 아니며, 법관의 위헌적 행위에 대한 헌법적 관점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7일 심상철(광주시법원)·이민걸(대구고법)·임성근(부산고법)·신광렬(사법정책연구원)·조의연(서울북부지법)·성창호(서울동부지법)·방창현(대전지법) 부장판사를 다음 달 1일 재판부에 복귀시키는 인사 조처를 했다. 이중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최근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나머지는 1심이 진행 중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기, 배임과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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