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마스크, 난세의 영웅은 누구?

입력 : 2020-02-25 오전 11:38:28
마스크 대란 속 정부가 수급 대책에 나섰으나 온라인에선 여전히 폭리 수준의 마스크를 구하기조차 어렵고 마트 앞엔 장사진이다. 기름값이 오를 땐 강력하던 정부가 마스크엔 너그럽다. 물론 기름은 정유 4사가 과점하는 문제가 있고 공공재와 필수재 성격이 강해 가격 관리가 필요한 제품이다. 그렇더라도 가격 압박엔 다소 지나친 경향도 있었다. 국제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시기상 엇박자에 따라 국내 재고를 무시한 채 가격이 느리게 내린다든지 빠르게 오른다든지 수시로 문제 삼았다. 그 속엔 분명 도매나 소매 주유소가 이득을 챙긴 부분도 있고 정말 재고 문제로 억울한 눈총을 산 부분도 있겠다.
 
거기에 비하면 마스크 가격은 황당하기만 하다. 가격이 기존에 비해 3~4배 오른 현상이 폭리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원재료값이 특별히 오른 것도 아니고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가격을 올릴 권리가 그렇게나 주어진다면 폭리를 단속하는 시장 감독기관은 세금만 축내는 꼴이다. 마스크는 국민 생존이 달린 필수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폭리가 분명한 마스크 가격을 단속하지 않는 것은 특혜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과정에서 유통채널도 아무런 역할이 없는 게 아쉽다. 이커머스 업체는 주문 취소가 빈번하고 거듭 가격을 올려 되파는 행태가 벌어지는데도 입점업체에 간섭하기 어렵다고 한다. 소비자에게 인기 브랜드가 되기 위해 매년 광고에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마스크 폭리에 대해선 책임이 없다는 방패로 무마하고 있다. 그나마 오프라인 소매 유통업체, 정확하게는 대형마트가 1인 구매량을 제한하는 등 수급 대책에서 소기의 역할을 보인다. 실물 구매를 하니 적어도 소비자가 취소당하는 횡포는 피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 성장에 따른 사양길에서 대형마트는 사실 정체성을 잃었다. 대형마트는 대형할인점으로 불려왔다. 과거에는 마트에 가면 필요한 소비재를 저렴한 가격에 한꺼번에 쇼핑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인식이 컸다. 그게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끄집어낸 요인이다. 그런데 점점 온라인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커졌다. 실속형 소비는 온라인에 익숙한 사람이 할 수 있고 그게 소위 호구내지 흑우를 면하고 득템하는 길이 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소비를 꺼리게 되면서 오프라인은 더 큰 위기에 처했다. 이 상황에서 대형유통업자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정체성인 수급 안정화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같은 오프라인이라도 편의점은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고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성과 2+1 등 가격적인 메리트도 낮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온라인과 편의점 사이에서 대형마트는 어느 하나 뚜렷한 우위가 없다는 게 주말쇼핑과 멀어진 이유가 아닐까.
 
한 분석기관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합리적이면서도 가치소비를 하는 젊은 소비층은 온라인 못지않게 오프라인 경험도 좋아한다고 한다. 글로벌 메이저 온라인 쇼핑업체도 오프라인 영역을 확장하는 게 요즘 트렌드다. 그런 것을 보면 최근 온라인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한 대형마트는 되살아날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단순하게 보면, 온라인은 지금 분명 배달비나 물류비를 적자처리하면서 무리를 하고 있다. 요즘 치킨 같은 외식업은 방문포장 시 배달비를 줄여주기도 하는데 대형마트를 직접 방문하면 가격적인 메리트가 분명해야 한다. 미끼상품을 늘려서라도 대형마트는 대형할인점의 정체성을 찾는 게 살길이다. 예전엔 마트가 각종 소비재 가격 인상을 자정하는 시장 중재자 역할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온라인에 밀린 종이호랑이가 됐지만 마스크부터 정체성을 증명하면 된다.
  
이재영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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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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