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범죄몰수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 재산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박모씨는 지난 2011년 전두환씨의 조카 이모씨로부터 서울 용산구에 있는 토지 546㎡를 매입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8월 해당 토지가 공무원범죄몰수법에 정한 불법 재산에 해당한다면서 해당 토지를 압류했다. 박씨는 압류 처분에 불복해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고, 서울고법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의 입법 목적은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불법 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라며 "적법 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심판 대상 조항은 제3자에게 범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제3자에 대해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 판결의 집행 대상을 제3자가 취득한 불법 재산 등에까지 확대해 제3자에게 물적 유한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라며 "확정된 형사 판결의 집행에 관한 절차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심판 대상 조항에 따라 추징 판결을 집행하면서 형사소송 절차와 같은 엄격한 절차가 요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심판 대상 조항에 따른 추징 판결의 집행은 그 성질상 신속성과 밀행성을 요구하는데, 제3자에게 추징 판결의 집행 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게 되면 제3자가 또다시 불법 재산 등을 처분하는 등으로 인해 집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심판 대상 조항이 제3자에 대해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 판결을 집행하기에 앞서 제3자에게 통지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부연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 조항'으로 불리는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 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을 선고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는 "집행의 신속성·밀행성으로 인해 사전 통지 등의 절차를 마련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하는 점, 제3자가 사후적으로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한 집행을 다툴 수 있는 절차가 보장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법원의 사전 관여 없이 제3자 귀속 재산에 대해 범인에 대한 추징 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만으로 심판 대상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의 입법 목적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니지만, 심판 대상 조항으로 인해 제3자는 그 정황을 알고 취득한 불법 재산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 집행을 받게 된다"며 "그렇다면 심판 대상 조항으로 인해 제3자가 받는 불이익이 심판 대상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중대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선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추징은 몰수에 대신하는 처분이므로 형에 준해 평가해야 하는데도 제3자는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해 자신의 재산에 추징 집행을 당하기 전에 '추징 집행이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소정 요건을 충족해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법관으로부터 판단받을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하므로 심판 대상 조항은 제3자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제3자에게 범인의 몰수·추징 면탈이나 불법 재산 은닉을 용이하게 하고자 하는 고의가 없는 경우에도 추징의 집행을 허용하고, 불법 재산으로부터 유래한 재산도 그 집행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5·18역사왜곡처벌농성단이 지난해 11월12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자택 앞에서 열린 5·18역사왜곡처벌농성단의 전두환 처벌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