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쓰나미'에 가려진 올림픽…기업들 특수 놓칠까 '전전긍긍'

연기 현실화하면 올림픽 특수커녕 TV 매출 등 타격 불가피

입력 : 2020-03-05 오전 6:05:17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전역으로 퍼지면서 '지구촌 축제'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정상 개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개최국 일본 내부에서조차 연기설이 나온 가운데 '올림픽 특수'를 노렸던 국내 전자업체들은 전략 수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4일 일본 NHK 등 주요 매체에 따르면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 담당상(장관)은 전날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협약상 올해 안에 열리지 않으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유치권을 박탈해 대회를 중지할 수 있다"며 "2020년 안에서는 연기를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를 마지노선으로 정한 뒤 애초 예정됐던 7월24일보다 개막 일정을 다소 늦출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달 23일 마스크를 낀 시민들이 일본 도쿄의 올림픽 박물관을 지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일본 바깥에서는 이미 연기를 넘어 개최 취소라는 말까지 언급됐다. 지난달 25일 IOC 최고참 격인 딕 파운드 IOC 위원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도쿄 올림픽 개최가 어렵다고 판명되면 IOC는 이를 연기하거나 개최지를 옮기는 것보다는 아예 취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서둘러 "IOC의 공식적인 의사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연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애초 일본 정부가 이번 무대를 '5G 올림픽'으로 치르고 8K 생중계 방침을 내세우자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특수를 누려왔던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기존 올림픽 특수는 물론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과 8K TV가 적용되는 무대라는 플러스까지 더해지며 매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 올림픽 담당상이 지난해 9월11일 총리공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초반 8K 시장 확대를 선언하고 지난해 9월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에 5G 기지국 장비를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림픽을 대비했다. LG전자도 지난해 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LG 시그니처 OLED 8K'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G8X 씽큐'를 각각 일본 시장에 내놓으며 올림픽을 앞두고 예열을 마쳤다.
 
꾸준히 분야별 올림픽 특수를 준비했던 국내 전자업계로서는 이번 연기설이 당연히 달갑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8K TV뿐만 아니라 올림픽과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다른 때보다 전통적으로 전체 TV 판매량이 더 늘었다"며 "올림픽이 연기된다면 애초 예상했던 올해 TV 판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올해 전반적인 전자제품 판매는 상승곡선을 못 그릴 가능성이 크다"며 "1~2분기 안에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올해 출하량에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코로나19가 1분기 안에 진정된다고 해도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시장이 애초 전망치였던 -5%에서 더 내려간 -9%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도쿄 아키바의 요도바시카메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의 해상도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G전자
 
4일 기준으로 개막을 불과 142일 앞둔 시점이지만, 코로나19 여파 탓에 올림픽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모양새다. '올림픽 스폰서' 삼성전자가 지난달 일본 도쿄 시부야의 '갤럭시 하라주쿠'에서 도쿄 올림픽 핀배지를 나눠주는 등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으나 올림픽 시즌만 되면 열기로 달아올랐던 다른 때와 달리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올림픽 연기가 현실이 된다면 애초 계획했던 이벤트나 프로모션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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