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조선·철강업계가 여성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있다. '중후장대' 업계에서 '유리천장'이라고 일컫는 여성 임원 진출의 높은 벽이 낮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오는 20일로 정기 주주총회를 확정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주총을 열고 조현욱 더조은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건을 상정키로 했다.
삼성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조현욱 후보자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전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대구고등법원,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맡은 바 있고 2017년부터는 더조은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사외이사 후보추천 위원회는 "회사법을 전공한 법률가로서 기업에 대한 이해와 식견을 바탕으로 최근 강조되고 있는 기업의 법적 책임과 준법경영 기조에 합치하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또 "다년간의 지방법원 판사, 부장판사 경험과 다양한 분야의 사회활동을 두루 거친 법조인으로서 주주, 이해관계자의 권익보호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철강사인 세아베스틸도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윤여선 카이스트 테크노 경영대학원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윤여선 후보자는 미시간대학교 로스경영대학원 박사 출신이다. 현재는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및 테크노 경영대학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 후보자 추천 배경에 대해 세아베스틸 사추위는 "윤여선 후보자는 여성이기 이전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테크노 경영대학원장을 거치며 마케팅, 산업 현장의 변화를 밀접하게 연구를 해온 이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산업간의 경계를 한정짓지 않고 산업간 융합을 통한 경쟁력을 높이는 추세"라며 "이와 관련한 제언과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해 추천됐다"고 전했다.
사진/세아베스틸
이처럼 양사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이사회 구성시 최소 여성 1명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 법 시행일로부터 2년 이내에 개정 규정을 따라야 하는 만큼 늦어도 오는 2022년 7월까지는 여성 이사를 단 한명이라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여성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은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일단 포스코는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을 사외이사로 재추천한 상태다. 내년에는 김주현, 박병원 사외이사 등 2명의 교체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여성 사외이사 선임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의 최재호 사외이사는 오는 5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까지 주주총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여성 이사로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아직 유예기간이 남았고 내년에도 3명의 교체 수요가 있어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미뤄질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2년의 유예기간이 있고 당장 사외이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올해보다는 내년에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