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야권을 향해 미래통합당으로 통합을 촉구하는 내용의 '옥중 메시지'를 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며 사실상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해드리겠다"며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박 전 대통령은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집권세력으로 인하여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호소를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 아닌가 염려도 있었다"며 "현 정부의 실정은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들도 많았다. 하지만 저의 말 한마디가 또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단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나라가 전례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하였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며 "나라가 매우 어렵다. 서로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며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400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면서 "부디 잘 견뎌 이겨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오늘 접견을 가서 대통령께서 자필로 쓴 걸 교도소의 반출 절차를 밟아 우편으로 받았다"며 "최종 의견 발표 결정은 오늘 접견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이같은 메시지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어떤 시점은 선택하신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태극기 부대' 대표 정당인 우리공화당 자유통일당의 합당이 이날 메시지 발표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특정한 분들의 합당, 또는 창당을 염두에 두고 메시지를 작성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당히 오랜 기간 박 전 대통령께서 다듬고 다듬으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이날 밝힌 뜻을 쫓아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변호사는 "미래통합당에 복당을 하든 미래한국당에 입당을 하든 박 전 대통령과 상의를 드리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두고 미래통합당과의 상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전했다. 유 변호사는 "어깨 수술 이후 재활 과정을 거쳤지만 아직도 원활하지 않다"며 "건강상태가 좋다고 말씀 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