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알바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벌금형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 등 19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최모씨에 대해 선고된 벌금 100만원도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건조물침입죄의 성립, 정당행위, 기대 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씨 등은 지난 2016년 1월 노동청 근로감독관들이 업무 처리 과정에서 근로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노동청 민원실에 침입해 시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출입문 1곳을 봉쇄한 상태에서 약 1시간20분 동안 구호를 외치고, 방송 장비를 이용해 교대로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알바노조가 지난 2016년 1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항의 방문해 회사 편드는 근로감독관 퇴출과 고용노동부 장관 책임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알바노조
1심은 "민원실이 일반적으로는 개방된 장소라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는 관리자의 명시적·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침입에 해당한다"면서 이들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참작할 만한 사정을 고려해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미루고, 특별한 사고 없이 2년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해주는 제도다.
이들은 "민원 제기를 위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민원실에 들어갔을 뿐이므로 건조물에 침입하거나 퇴거에 불응한 것이 아니고, 설령 건조물침입이나 퇴거불응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단결권이나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정부에서 발표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관련 '양대 지침'에 반발해 서울노동청 1층에서 기습 집회를 하기로 했다"며 "피고인들은 민원인으로 행세하면서 이 장소에 진입했고, 민원실에서 미리 준비한 노란색 알바노조 조끼를 착용한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플래카드를 펼치면서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들이 실제로 민원상담을 요청하거나 정식 민원제기 절차를 이행하지는 않았다"며 "이 민원실의 관리자로서는 피고인들이 민원을 제기할 목적이 아닌 시위할 것이라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 출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했을 것이 명백하고, 실제 수차례 퇴거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달성하려는 목적과 피고인들이 사용한 방법이나 수단의 적정성, 침해될 이익과 추구하는 이익 사이의 균형성, 다른 수단의 존재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과 그 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2심은 이들 중 최씨에 대한 부분을 파기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2012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병역법 위반죄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형법 제59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선고유예 결격사유인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에 해당해 선고유예의 판결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경찰이 지난 2016년 1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센터를 기습 점거한 알바연대 알바노조원을 연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