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KT&G 주총을 앞두고 금융감독원 분식회계 혐의 조사가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강화된 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라 ‘법령상 위반 우려’만 있어도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도록 가이드라인이 정해졌다. 이를 두고 재계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채 기업에 대한 과도한 간섭 행위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국민연금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는 중점관리사안 5가지가 포함됐다. 그 중에서 특히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사안’이 대기업집단 임원 선임 안건과 관련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국가기관의 조사 등을 고려하는데 1심판결이나 검찰 기소 등 기관이 1차적으로 판단한 결과에 따라 기업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보면 주주행동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법리적으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우선시 되는데 혐의만으로 주주활동을 통해 관련 임원을 배제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라며 “불필요한 의혹제기 등이 난무하며 기업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동안 금감원 조사를 받아온 KT&G가 선례가 될 수 있다. 최근 KT&G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관련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문제가 있다는 감리 결과를 회사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검찰 통보와 임원 해임권고 등 중징계 내용이 담겼다. 금융감독 기관의 1차적 판단으로 해석될 수 있어 연금이 주주행동에 나설 근거를 제공한다.
절차상으로는 제재 수위가 확정되기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 논의와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분식회계 혐의 관련 불법성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검찰 기소 여부도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마련된 가이드라인으로 연금이 주총에 관여할 여지가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로 상장사들의 주총 연기 사유가 있지만, 예년과 다르지 않다면 KT&G 주총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이다. 앞서 정부가 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이 백복인 KT&G 사장 선임 안건을 반대하고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등 경영에 개입하면서 낙하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았었다. 올해 KT&G는 다수의 이사 선임 안건이 오른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