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상법 개정으로 오는 3월 기업 사외이사가 대거 교체될 예정인 가운데, KT&G처럼 소위 ‘주인 없는 기업’은 낙하산 논란도 예상된다. KT&G의 경우 사외이사 중 2명이 6년 연한을 채워 교체되고 1명은 3년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안건을 다루게 된다. 과거 기업은행이 사외이사를 추천해 KT&G 경영에 참여하려 했던 만큼 이번 교체기를 노릴 수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달 초 공표 후 3월 상장기업 주주총회 때부터 사외이사 자격요건 강화 조항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 중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6년을 초과해 사외이사 재직을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계열회사에서 각각 재직한 기간을 더하면 9년까지 규제한다. 당장 3월 주주총회부터 적용되면 사외이사 결격자가 한꺼번에 생기면서 구인난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은 그 과정에서 “정관계 낙하산 인사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으로 KT&G가 취약하다. KT&G 사외이사 중에는 송업교씨와 이준규씨가 재선임된 임기까지 합쳐 6년을 초과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2명의 공백이 생긴다. 또 노준화씨가 3년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안건이 오를 예정이다. 총 3명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다루게 되는데 2명은 후보를 새로 찾아야 한다. 이어서 2022년에는 윤해수씨와 이은경씨가 6년 임기 초과로 교체될 예정이다.
KT&G는 이미 2018년 백복인 사장 선임 과정에서 기업은행이 반대하며 경영간섭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기업은행은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2명을 추천해 이사회 내 입지를 넓히려 했다. 결과적으로 의결권 표에 밀려 실패했지만 이번에 다시 교체시기를 맞아 같은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올해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스튜어드코드십이 시행됨에 따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개입할 여지가 커졌다. 국민연금은 백 사장 선임 당시 최종 표대결에서는 '중립' 의견을 냈었다. 하지만 해외투자 사업 관련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은 부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금감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최근 다시 조사하고 나서 올해 주총에서도 잠재적인 뇌관이 있다.
한편 올해는 섀도보팅 폐지 3년째가 되면서 감사 선임 이슈도 겹쳤다. 상장회사들은 사외이사와 더불어 감사 선임 후보도 찾아야 한다. 특히 감사 선임 3%룰에 따른 의결정족수 확보 난제에 따라 주총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일정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래저래 올해 주총은 대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시민단체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과 2020년 주주총회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