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지난달 결혼한 A씨는 신혼집을 구하다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에만 해도 3억원이던 아파트 전세 매물이 반나절만에 3억5000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전세매물 가뭄인 상황에서 매물 찾기에 지친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보지도 않고 호가에 계약했다.
서울의 전세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에서도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살 집이 필요한 전세 실수요자들은 오르는 호가 그대로 거래를 받아들이는 형편이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셋값 상승은 아파트만의 현상이 아니다. 연립·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도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층 이하의 공동주택인 연립·다세대 주택은 지난달 전세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0.07% 오르며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오피스텔의 지난달 전세가격지수도 전월에서 0.09% 상승하며 9개월 동안 오르막길을 걸었다.
이 같은 전세가격 상승에 실수요자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B씨는 전세로 갈아타기 위해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부동산을 드나들고 있지만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B씨는 “매물도 없고 가격도 계속 올라 예산 내에서 전세를 구하기 쉽지 않다”라며 “반전세나 월세도 같이 봐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전반적으로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건 아파트 매매시장 중심의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보인다. 조정대상지역 LTV 규제 강화 등 대출은 계속 조이고 있는데 아파트 매매가는 상승하면서 전세에 눌러앉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아파트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 전세를 대체재로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가 강력한데 아파트 매매가격은 오르고 있다”라며 “매매 전환에 나서지 못하는 전세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가격이 오르고, 이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연립·다세대나 오피스텔 전세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주인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임대 가격 상승 원인으로 풀이된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 한시적 완화의 종료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주택거래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완화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전월세 가격을 올리며 세부담을 임차인에 전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 상승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고 아파트 매매가격도 떨어질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매가격이 오르면서 전세가격도 상승압력을 받는 현재의 구조가 계속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전세가격 역시 지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연립·다세대주택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