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익숙해진 감기약, 녹내장 유발할 수도

복용 후 안통·두통 발생 시 급성 녹내장 의심, 빠른 내원 필요

입력 : 2020-03-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일생에 한 번쯤 감기약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처럼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감기약이나 멀미약 등의 일반의약품이 실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안과질환 가운데 하나인 녹내장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녹내장은 안압과 관련한 시신경 손상으로 인해 시야 결손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세계 3대 실명질환에도 해당될 만큼 중증질환으로 분류된다. 일반의약품 중에서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항히스타민제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감기약, 알레르기약, 멀미약 등이 대표적이다.
 
항히스타민제는 동공 확대가 부작용으로 일어날 수 있다. 녹내장은 안압이 평상시보다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손상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동공이 확대되면 안구 내에 존재하는 액체인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좁아지고,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때문에 동공 확대가 곧 급성 폐쇄각 녹내장 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다이어트약 역시 이와 비슷한 발병 기전으로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다이어트약의 경우 토피라메이트(topiramate)라는 성분이 많이 사용된다. 본래 이 성분은 항경련제로 사용되는데, 부작용으로 식욕부진이 생기기 때문에 다이어트 약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토피라메이트 또한 항히스타민제와 비슷하게 눈 안쪽 구조물에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해당 부종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 쪽의 전방각을 좁아지게 만들어 방해함으로써 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녹내장이 발병할 수 있다.
 
약 복용 이후 안압이 상승하는 폐쇄각 녹내장 발작이 일어나기까지는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두 달이 걸릴 수도 있는 등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어떠한 원인으로든 안압이 상승하게 되면 시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주의해야 한다. 약물로 인한 안압상승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일반의약품 복용 전에도 전문의나 약사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일반적으로 감기약, 멀미약과 같은 약물 복용 후 안압이 상승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전방각이 좁은 폐쇄각 녹내장 환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약들을 복용하는 것에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종진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건강을 위해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어떤 위험 환자군에게는 오히려 녹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라며 "다만 모든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의약품 복용 이후 안통, 두통, 메스꺼움,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꼭 안과에 방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감기약이나 멀미약 등의 일반의약품이 실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안과질환 가운데 하나인 녹내장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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