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개발자들의 외침…정치가 현장 이기지 말길

입력 : 2020-03-10 오전 6:00:00
"언제부턴가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국내·외 기술 동향보다 국회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기업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여야의 정치 논리가 개입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IT서비스 업계의 한 임원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 있는 SW 기업들이 국회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018년 11월 발의한 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은 기업들이 공공 SW 사업을 수행하며 겪었던 애로사항을 반영했다. 개정안은 △국가기관의 SW 사업 발주시 분석·설계 분리발주 가능 △사업자가 수행 장소 제안 가능 △SW사업 과업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과업내용의 확정 및 과업내용 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심의 등이 골자다.
 
그간 발주자인 공공기관의 잦은 요청 내용 변경 및 추가가 이어졌지만 사업 수행 기업들은 계약 외 내용과 관련된 업무에 대한 대가를 요청하기 어려웠다. 제대로 된 기준이 없었고 계약 관계 상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는 공공기관에게 추가 비용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인력의 투입 시간이 늘어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받을 수 없어 공공SW 사업을 수행해도 이익을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개정안은 과업심의위원회가 과업 변경에 따른 계약금을 조정 심의하도록 명문화함으로써 기업들이 수행한 업무에 대해 제대로 된 대가를 지급받도록 했다. 
 
삼성SDS·LG CNS·SK㈜C&C·포스코ICT 등 같은 그룹 계열사 물량과 자금력을 보유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 이하의 나머지 SW 및 IT 서비스 기업들은 공공 사업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중견 SW 및 IT 서비스 기업들에게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절실한 이유다. 
 
개정안은 지난 5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과방위 통과 과정에서 여야간 충돌이 일어나 법사위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SW산업진흥법과 전자서명법 등을 법안소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체회의에 직권 상정해 통과시켰다. 야당은 날치기 통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과방위에서의 여야 충돌을 지켜본 SW 기업들은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 여부가 불안하기만 하다. 법사위원들은 여야의 대립 논리에 앞서 개발자들이 겪었던 고충을 먼저 헤아려주길 바란다. 현장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풀어주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여야 이견은 있을 수 없다. 
 
박현준 중기IT부 기자(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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