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앵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일부 확진자나 의심 환자 가운데 일부가 자가격리 조치 등을 위반해 문제가 이어지고 있지요. 급기야 법무부가 나서 이런 사람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을 넘어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형사처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면 불법행위와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코로나3법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것 처럼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쉽게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사태 방지 책임은 국가가 더 크게 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최병호 기자입니다.
[기자]
법무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손해배상 청구 카드까지 꺼낸 건 질병의 감염을 막는 데 필수적인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사례가 늘고 있어서입니다.
실제 서울 강남구청은 논현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를 감염병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A씨는 지난달 26일부터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하던 중 이달에 두 차례 무단으로 외출했다가 적발된 겁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7500명을 넘자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 주변에 질병을 감염시킨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법무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거는 민법 제750조.
이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본인이 코로나19 확진자임을 알고서도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했다면 '고의',
본임이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자가격리 조치를 지키지 않았다면 '과실'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떤 식이든 '자가격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이를 위반해 주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켰다면 불법이고,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아울러 법무부의 방침은 코로나19 확산 책임에 대한 구상권 청구의 성격도 포함됩니다.
구상권이란 다른 사람의 채무를 변제해 준 사람이 원래의 채무자에게 당시의 변제 금액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해 채무 상환권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특정 시설에 계속 출입할 경우 방역당국은 추가 확진을 막기 위해 이 시설을 일정 기간 폐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이 시설과 입주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피해를 손해배상을 통해 보상해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당장 손해배상 청구가 시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자가격리 위반에 따른 '가해'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법무부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등 필요한 절차가 많습니다.
아울러 법무부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주요 감염원인 신천지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염두에 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뉴스토마토 최병호입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