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좀 사주세요"…외항사도 덮친 '코로나발 비상경영'

무급휴직에 직원 줄이고 경영진 임금삭감…비용 절감 '릴레이'

입력 : 2020-03-12 오전 6:02:2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물론 외항사들도 '패닉'에 빠졌다. 각종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항공권 팔기에 나섰지만 얼어붙은 여행 심리가 쉽게 녹지 않으며 항공사들의 '보릿고개'가 더욱 가혹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3대 항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제히 운항 노선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큰 폭의 실적 감소도 예상되면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 절감에 매진 중이다.
 
세계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은 올여름 전체 국제선을 현행보다 10% 줄인다. 특히 여름 내내 중국과 홍콩 노선은 아예 중단하기로 했다. 확진자가 늘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에도 항공기를 띄우지 않는다. 전체적인 항공 수요가 줄어들며 다음달 국내선도 7.5% 감축한다.
 
델타항공도 이날 5억 달러(한화 약 6000억원)가량 투자를 줄이고,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연기금 5억 달러 적립 계획도 미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전 세계 항공사들이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사진은 델타항공 항공기. 사진/뉴시스
 
비용 줄이기와 함께 인력 감축도 시작한다. 신규채용은 중단하고,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가도 시작하기로 했다. 에드 배스쳔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전 분야에 걸쳐 수요가 줄고 있다"며 "911테러와 비슷한 수준의 공포"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도 4~5월 실적이 최대 70%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어 6월에는 60%, 7~8월에는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스콧 커비 CEO는 "코로나19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을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911 테러 때 항공 수요가 약 40% 줄었는데 현재 상황은 그때보다 나쁘다"고 말했다.
 
위기는 미국 항공사들뿐만이 아니다. 오세아니아에 있는 호주 콴타스와 에어뉴질랜드도 노선 축소에 따른 경영난이 우려되자 각종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콴타스는 코로나19로 국제선의 25%를 줄이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인력이 남자 무급휴가를 시작했다. 앨런 조이스 콴타스 CEO는 앞으로 세 달간 월급도 받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로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체크인 카운터. 사진/뉴시스
 
에어뉴질랜드도 상하이를 비롯한 아시아 노선을 운휴 또는 감편하고 호주 노선도 오는 7월까지 7% 줄인다. 신규채용 중단은 물론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가도 시작한다. 그레그 포런 에어뉴질랜드 CEO도 자신의 기본급에서 25만뉴질랜드달러(한화 약 1억9000만원)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유럽 항공사들은 이탈리아 노선을 중심으로 노선 감편에 나서고 있다. 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와 영국항공, 위즈항공은 이탈리아 노선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노르웨이 에어셔틀도 앞으로 세 달간 전체 운항의 15%를 줄이면서 직원 상당수를 임시 해고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홍콩 항공사 케세이퍼시픽도 직원 2만7000명에게 무급휴직을 통보했다. 홍콩 시위에 이어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경영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이밖에 에어차이나, 동방항공, 남방항공 등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든 수준이다. 동방항공은 수익이 줄자 정규직 전환을 앞둔 한국인 비정규직 승무원 73명을 무더기로 해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부 항공사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예약 변경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항공권까지 선보이며 티켓 팔기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기 전까지 수요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 전 세계 항공사가 1130억달러(약 134조원)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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