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가 전세계를 덥쳤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며 글로벌 경제의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제 코로나19는 단순히 공중보건위기가 아닌 전세계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위협이 된 것이다. 실물경기보다 앞서 반응하는 금융시장의 경우 이날 오전 주식, 채권, 원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경기침체를 벗어나 올해 반등을 노렸던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악재를 만나 내수와 수출 경기 부진을 재확인 중에 있다. 특히 최근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던 찰나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례가 드러나며 또 다시 경제 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5개국 회원국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가장 심한 나라는 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산업 BSI는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던 2월 중순 이후 75에서 65로 크게 떨어졌는데, 낙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과 비슷하다.
어느 때보다 비상한 상황에 정부의 재정 동원이 긴요한 시점이다. 이미 기준금리는 역사적으로 크게 낮은 수준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를 진작하는데 한계가 있다. 한국경제가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려면 금리 인하는 물론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재정과 세제 정책을 동원해 대규모 투자가 늘어야 한다. 세계 각국도 재정과 통화 부양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감세 카드, 일본과 홍콩 등은 현금 지원 카드를 고심 중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제 공조가 취해질 때 재정정책은 더 효과적이고 승수효과를 부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도 많다. 정부는 지난 4일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세출 확대 8조5천억원과 부족한 세입을 메우기 위한 세입경정 3조2천억원으로 나뉜다. 이에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OECD 회원국 평균 국가채무 비율이 110.5%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당장 나라 빚이 늘어난다 해도 현재의 경기를 지키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는 훨씬 더 중요하다. 더구나 재정은 조기에 집행할 수록 집행액 자체의 재정승수만큼 파급효과가 더 커진다. 전염병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흔들어 놓게 나둬선 안된다.
백주아 정책부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