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잠이 보약'이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수면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순히 몸과 뇌를 쉬게 하는 휴식의 개념을 넘어 치매 예방과 다이어트, 면역력 강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건강 요소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질 좋은 수면은 치매를 예방하며, 반대로 잠을 못 자면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50대 이후에 불면증이 발생하면 치매 위험이 약 2배 이상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에는 글림파틱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해당 시스템은 깊은 잠을 잘 때 작동해 낮에 뇌가 활동하면서 생긴 뇌의 노폐물을 정맥으로 배출한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작은 단백질도 이때 함께 뇌에서 배출된다. 지난 2012년 한 연구에서는 뇌척수액 속에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측정했더니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농도가 높아지다가, 자정이 되면서 점차 감소해 오전 9시쯤 가장 농도가 낮아지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학생들의 경우 시험 기간 밤샘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오히려 성적에 독이 될 수 있다. 잠자는 동안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되기 때문 잠을 자는 것이 기억력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기 쉬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깊은 잠을 잘 때 이뤄진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사람의 수면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두 가지 단계로 이뤄지는데 비렘수면 동안에는 육체적 피로의 회복과 함께 깨어 있을 때 학습한 기억이 정리되고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라며 "렘수면 동안에는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와 대뇌피질의 연결이 끊어지고, 대뇌 피질 간에 연결이 활발해져 저장된 기억이 기존의 저장된 지식, 기억과 서로 연결돼 더욱 오래 저장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다이어트 역시 수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 연구에서 이른 시간에 식사를 섭취하는 사람과 늦은 시간에 식사하는 사람 420명을 20주간 관찰한 결과 일찍 식사를 한 사람은 4kg 이상 체중 감소가 나타났으며, 야간 근무자의 경우 일반 근로자보다 비만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생체시계와 일주기 리듬이 비만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잠을 자야 하는데 음식을 섭취하면 이를 소화하기 위해 많은 장기가 활성화되고, 수면을 준비하는 생체시계와 불일치하면서 인슐린 저항과 비만이 초래될 수 있다. 때문에 잠자는 시간보다 5~6시간 전에 식사를 마치고 숙면하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비만을 막는데에도 도움 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 화두로 떠오른 면역력 역시 수면과 연결된다. 수면이 부족하면 선천 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NK 세포 수와 기능을 감소시키며, 후천 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CD4+ T 세포 수 감소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수면박탈군(수면의 기능을 연구할 목적으로 강제로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것)에서 인플루엔자A 및 A형 간염 백신 접종 이후 면역 반응이 현저히 감소함을 확인됐다.
수면 시간은 짧을수록 면역기능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약화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도를 높인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증을 스스로 이겨내고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면역력을 증진하는 것이다. 이 같은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잠을 잘 자는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제수면박람회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숙면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