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중도층 외연확장을 노리고 직접 공을 들였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영입이 결국 무산됐다. '김종인 선대위' 구상이 무산되면서 통합당은 이날 황교안 대표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과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함께 맡기로 했다.
황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은 오늘부터 선대위 체제로 운영된다"며 "제가 직접 상임위의 총괄 선대위원장으로서 깃발을 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중앙당과 시도당은 선거 때까지 비상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며 "저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 앞장서 뛰겠다"고 말했다. 또한 "실정과 무능으로 국민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는 문재인정권을 반드시 심판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 살리는 길에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합당 최고위는 이날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에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박 위원장은 17대 의원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또한 통합당 출범 과정에서 중도·보수 진영의 통합을 이끌었다. 신 교수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국은행 전문연구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을 지낸 신 교수는 그동안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왔다.
황 대표는 막판까지 김종인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황교안 대표께도 어제 더 이상의 논의를 끝내자고 이야기했다"며 "통합당 내부 사정이 복잡해지면서 황교안 대표가 여러 명 선대위원장이 나서는 공동선대위체제를 다시 이야기했고 저는 '그렇다면 굳이 나를 영입하려는 이유가 뭔지를 알 수가 없다. 여러분들이 합심해 잘 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황 대표가 공동선대위 체제 카드를 꺼내 든 건 김 전 대표 영입을 두고 당내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도왔던 김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중도 표심을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영입에 공을 들였지만 김 전 대표가 통합당 공천을 비판하면서 당 내부에서는 '김종인 비토론'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전 대표는 통합당 공관위가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 태영호 전 공사를 서울 강남갑에 전략공천한 사실을 언론 인터뷰에서 비판한 뒤 당내 반발을 불렀다.
김종인 전 대표 영입이 불발되면서 황 대표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황 대표가 김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당내 공천 반발이 격화되는 등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무엇보다 황 대표가 직접 김 전 대표 영입 작업에 나섰다가 당내 반발로 철회한 만큼 리더십에 상처를 받았다. 과거 2016년 총선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김 전 대표 영입 과정에서 당내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의 반발을 직접 수습했던 것과 대비된다.
총선을 한달 앞두고 선대위가 구성됐지만 종로 출마에 나선 황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 전 대표의 영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을 이끌 만한 대안을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황 대표 본인이 서울 종로 선거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서는 동시에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