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바야흐로 구독경제의 시대다. 올해 구독 서비스의 전체 시장 규모는 6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인당 평균 디지털 구독 서비스 개수는 7.5개로, 전년 대비 210% 증가한 상황이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개인마다 구독 서비스를 통합해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사용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서비스에서 돈이 나가고, 해지 과정은 복잡한 데다 나도 모르는 새 유사 서비스를 중복해 가입한 경우도 많다. 김준태 대표는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 통합 관리 플랫폼 왓섭(Whatssub)을 만들었다.
김준태 왓섭 대표 사진/디캠프
"국회에서 일했는데, 그때 저도, 주변 보좌진들도 굉장히 바빴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뭘 결제했는지 까먹고 있는 거예요.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에 한 달 더 돈을 지불해야 하기도 했죠. 언제 신청했는지도 모르겠는데 결제 문자가 뜨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소비한 저도 문젠데, 한 번에 관리할 수 없게 시장이 형성돼있고, 또 이를 관리해줄 서비스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구독 서비스 추천부터 해지까지 '통합 관리 플랫폼'
지난 2월26일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왓섭은 구독 서비스를 한눈에 비교·분석해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왓섭 플랫폼 내에서 구독 서비스 △소개 △추천 △검색 △간편 구독 △결제 알림 △구독 해지를 해결할 수 있다. 서비스 명·요금제·결제일을 터치해 설정하면 자신이 사용하는 구독 서비스를 관리할 수 있다. 결제일에 맞춰 알림을 보내주고, 유사 서비스를 소개·추천해주며 쉽게 구독·해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왓섭을 '세상에 없던 구독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왓섭 사용 화면 사진/왓섭
왓섭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259개의 구독 서비스를 관리할 수 있다. 이 중 74개사와 제휴를 맺어 간편 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해외 서비스와도 제휴를 준비 중이다. 제휴가 안 된 회사의 서비스는 해지 방법을 설명해준다.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하지 않고도 왓섭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해지뿐만 아니라 한 주 쉬기, 한 달 쉬기 등 기능도 제공한다.
김준태 대표는 구독 서비스가 '저관여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1회 결제 금액도 적고, 초반에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많아 결제 유도가 쉽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결제가 쉽다면 해지도 쉬워야 한다고 생각해 서비스를 구상할 당시 간편 해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김 대표는 250개가 넘는 구독 서비스를 좀 더 잘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이 시장을 잘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 주 고객인 1020 세대가 A 서비스를 쓰다가 B 서비스로 쉽게 옮겨탄다는 겁니다. 필요에 따라 유목민처럼 서비스를 골라 사용하는 거죠. 이런 특징을 가진 구독 시장에서는 단순한 판매와 해지 서비스보다 이들을 모아놓고 쓸 법한 것, 좋아할 법한 것을 소개해주고, 가입·해지를 쉽게 만들어 마음대로 즐길 수 있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왓섭은 현재 이용자의 서비스를 자동으로 가져와 주는 '자동화' 기능과 취향에 맞게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자동 추천' 기능을 개발 중이다. 자동화와 자동 추천 기능은 오는 5월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다. 이 기능이 탑재되면 오는 6월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용자에겐 완전 무료…판매 중개·마케팅 수수료로 수익 창출
왓섭의 수익 모델은 구독 서비스 판매 중개 수수료와 마케팅 수수료다. 사용자에게는 서비스 이용료를 받지 않고, 왓섭 플랫폼에 들어오는 기업에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베타 서비스 기간 동안은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제휴를 맺은 기업과 수수료 협상에 들어간다.
"처음에 저희가 기업을 만났을 때, 해지 서비스를 싫어하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업자들은 해지를 막아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천천히 문 닫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해지를 못 하게 하면 그 업체가 불편하다는 소문이 나 더이상 서비스 판매가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서비스를 관리해줄 곳과 구독 서비스를 충분히 홍보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장이 필요로 했습니다."
왓섭은 정식 서비스가 출시되는 6월까지 최소 1만명에서 최대 1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준태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구독 경제 시장 크기는 약 20조원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약 3% 비중을 차지한다. 배달 시장에서 배달 플랫폼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가량인데, 이를 구독 시장에 적용하면 구독 플랫폼 시장 규모는 4~6조 정도가 된다. 김 대표는 "구독자 수가 2만명이 넘고, 이들이 저희를 통해서 한 번이라도 구독 서비스를 결제하면 수수료로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왓섭 로고 사진/왓섭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