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빈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이는 물가안정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며 "금융안정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유동성조절 수단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29일 오전 와튼스쿨 주최 글로벌동문포럼 기조연설에서 "금융위기가 주로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확대 등 유동성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한은법 개정안에 찬성하며, 이를 위해 공개시장 조작이나 지급준비율 조정 등 기존의 미시적 유동성 조절 수단 외에 다른 정책 수단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을 추구하더라도 물가안정에 배치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며 "금융안정은 물가안정의 선결과제"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최근 미국, 영국 등에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금융위기 대응능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체계가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기업의 진입·퇴출장벽을 낮춰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출구전략 시기는 나라별로 다를 수 있지만 정보공유로 대표되는 정책공조의 기본정신은 유지돼야 한다"며 밝혔다.
김 총재는 향후 경제전망과 관련, "우리경제는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하면서 적지 않은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상방 리스크로는 ▲글로벌 금융여건 조기 정상화 ▲미국 고용여건의 빠른 개선 등을 거론했다. 하방 리스크로는 ▲유럽지역 재정문제, 중국의 유동성관리 강화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 ▲국내 중소기업 도산 등을 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