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에서 시작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성분 열풍이 국내에 영향을 미치면서 해당 성분 품목을 보유한 상장제약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국산 품목 가운데 단 2건뿐인 코로나19 대상 임상시험 승인은 모두 비상장사 제품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성분 품목 가운데 코로나19를 적응증으로 한 임상승인을 받은 곳은 에리슨제약과 한림제약 뿐이다. 두 품목 모두 연구자 주도 임상에 시험약으로 활용된다.
에리슨제약의 '옥시크로린정'은 지난 20일 식약처 승인을 획득한 서울 아산병원의 임상에 시험약으로 사용된다. 해당 임상은 경증 코로나19 환자에서 옥시크린정 또는 애브비의 HIV 치료제 '칼레트라정' 비투여군 간의 공개라벨 무작위 배정 대조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는 5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임상은 치료제로서의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한다.
한림제약의 하이드록시크로로퀸 성분 품목 '할록신'은 지난 25일 코로나19 대상 임상시험 계획이 승인됐다.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진행하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후 예방으로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연구'에 시험약으로 사용된다. 총 피험자수는 2486명이며, 연구는 내년 3월까지 진행된다. 다만 이번 임상은 치료제로서의 용도가 아닌 예방제로서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다.
두 품목은 모두 류머티스관절염과 말라리아 예방·치료제로 승인받은 의약품이다. 하지만 지난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획기적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낙점하면서 급부상했다. 앞서 중앙임상위원회도 지난 2월 코로나19 치료원칙을 공개하며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1차 치료제로 추천한 것과 맞물려 폭발적 관심이 쏠렸다. 최근 프랑스 연구진이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과를 입증했다는 연구결과 발표 역시 열기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럴 땐(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 사태) 효과가 있을 만한 약을 다 써보고, 임상 결과가 좋게 나오면 메인 치료제로 떠오르게 된다"라며 "아직 수치적으로 유의미성이 도출되진 않았지만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관련된 대규모 임상이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당 품목을 보유한 상장 제약사들의 주가 역시 20일 이후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하지만 업계는 실제 임상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품목 보유 여부 만으로 일부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해당 성분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각 품목에 대한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지나치게 쏠린 투심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주가가 급등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품목 보유 상장 제약사 가운데 코로나19 대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은 곳은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클로로퀸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단기 급당한 국내 기업 가운데 현재는 해당 품목을 생산하지 않는 기업도 존재한다"라며 "잠재적 치료제인 점은 확실하지만,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만큼 분위기에만 편승하지 말고 각 사 품목과 해당 성분에 대한 현황을 세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 전담반(TF)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신속히 시험하라고 지시했다. 사진/AP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