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평등하고 공정한 재난기본소득

입력 : 2020-03-27 오전 6:00:00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대한민국이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과도할 정도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이에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유독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선 몸을 사리는 듯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현금살포 '표'퓰리즘인 것 아니냐는 야당의 비난을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재정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긴박한 경보음들이 울려퍼지고 있다. 하나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른 부분도 함께 약해지며 무너지기 시작한다. 정치적 비판이 두렵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한 일이다.
 
국민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은 현 시점에서 가장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정책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받을 수 있으니 평등하며, 모두가 같은 액수를 받을 것이니 공정하며, 어려운 국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니 정의롭다.
 
실효적인 대책이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19로 어렵지만 힘든 이유는 각자 다양할 것이다. 먹을 것을 고민하는 사람도 있고 임대료에 쩔쩔매거나 의료비에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자신이 어려운 부분을 재난기본소득으로 채울 수 있다.
 
즉각적인 대책이다. 모든 사람이 받을 수 있으니 은행에서 현금인출 하는 것처럼 동사무소에서 받으면 된다. 굳이 복잡한 서류를 만들어 신청하고 사후 점검도 최소화 되면서 행정력의 낭비가 없다. 코로나19 방역에도 도움이 된다. 몸이 아프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근하거나 가게를 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줄 수가 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대책'은 어려운 국민들에게 큰 응원이 될 것이다.
 
여기에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국내 업체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제작하는 데는 단 3주가 걸렸다.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가 사람들이 한다면 통상 2~3개월 걸릴 과정을 대폭 단축했다고 한다.
 
AI와 자동화로 사람들의 편익은 커졌지만, 일자리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일자리없는 성장은 이미 눈앞의 현실이다. 소위 고부가가치 산업은 숙련된 소수 엘리트만 필요하고, 그렇게 창출된 부 역시 그들에게 집중된다. 노동의 가치와 분배, 더불어사는 사회, 기본소득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난기본소득은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고민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정경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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