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사회적 독서’를

입력 : 2020-03-27 오전 6:00:00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팬데믹 현상이 심각하다. 바이러스 확진자 증가세가 엄청난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하루 확진자가 이제 100명 안팎 선으로 줄었다. 하지만 안심하려면 아직 멀었다.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이 사태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유사 바이러스가 언제든 반복적으로 인류를 괴롭힐 가능성도 상존한다.
 
인류의 끊임없는 개발 욕구에 의해 파괴된 자연 생태계에서 잉태된 인수공통전염병 바이러스의 재앙이 인류를 습격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지속 가능한 자연 생태계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기후협약을 철저히 준수하고 더 이상의 자연환경 파괴를 막아야 한다. 
 
당장은 현재의 위기 대처가 우선이다. 그렇다고 그게 다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반복적인 변종 바이러스 출현에도 대비해야 한다.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상황이 길어질수록 크고 작은 생활 양식의 변화는 물론이고 시장과 산업, 노동과 직업의 정체성까지 재규정되는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 비대면(언택트) 방식의 경제 활동이 급속하게 확장되는 양상이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표되는 일상의 변화는 대부분의 사회 활동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체시키고 있다. 회의는 화상으로, 일은 재택 근무로 바뀌고 있다. 학교 교실과 강의실 대신 홈스쿨링과 온라인 강의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뜨는 분야가 있고 지는 분야가 있다. 사회의 모든 패러다임이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 변화의 흐름이 일시적일지 지속적일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변화는 책, 출판시장, 독서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바이러스가 화두가 되면서 출판시장에서는 관련 전문서나 전염병이 배경이 된 소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행서는 전멸하고 색칠책(컬러링북)처럼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인기다. 관심과 생활의 변화에 따라 매출 분야가 달라진다. 책을 오프라인서점에서 구입하는 사람은 대폭 줄었지만 인터넷서점 구입자는 증가세다. 아직까지 종이책은 건재하지만 디지털책인 전자책과 오디오북 이용자가 점차 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오디오북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피곤하게 집중해서 읽지 않아도 ‘읽어주는 책’은 라디오처럼 청취의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어떤가.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선진국들의 경우 축적된 온라인 자료를 제공하며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더 많은 변화에 직면하게 될 터이다.
 
사람들의 생활 양식 변화와 수요에 맞춘 책과 독서 콘텐츠 공급을 위한 새로운 출판문화와 출판시장의 출현, 독서 스타일의 변화가 가속화될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새로운 출판산업 생태계, 독서문화의 대두에 대한 관련 업계의 고민과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인 ‘코로나 블루’가 심리적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과 우울감은 커진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영상물 시청이나 게임 같은 오락 활동을 통해 힘든 상황을 잊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씩 즐길 때 도움이 된다. 매일 지속적으로 영상물을 보거나 게임을 할수록 무력감만 커질 수 있다.
 
마음의 행복감과 충만감을 충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다름 아닌 책 읽기다. 독서는 새로운 발상에 도움이 되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준다. 논리적인 사고와 표현력 함양, 의사소통 능력도 신장된다. 치매 예방 효과는 보너스다. 지금은 모두가 어렵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그 원천이 책이다. 새로운 모색을 하며 생각이 커지고 마음이 넓어지는 독서 생활화가 필요하다. 평소 읽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했던 책부터 시작해보자. 하루 30분씩 책 읽는 시간을 정하자. 사람들이 찾지 않아 자동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뤄지고 있는 동네서점을 둘러보며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도 좋겠다. 몸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충분히 유지하되 마음만은 모두가 함께 ‘사회적 독서’(함께 읽기)에 나서면 어떨까. 좋은 책을 읽고 서로 추천하며 힘든 계절을 잘 이겨냈으면 한다.
 
백원근 출판평론가·책과사회연구소 대표(bookclub2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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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