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범죄 양형, 법정 최고형까지 검토해야"

법조계 "통합적용법 없고 양형도 낮아...범죄단체조직죄 도입해 엄벌 필요"

입력 : 2020-03-27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최기철 기자] 텔레그램방에서 성착취 음란물을 제조하고 유통한 조주빈과 이른바 '와치맨', '켈리' 등에 대해 검찰이 엄중 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이들에게 중형이 예고된다. 그러나 디지털성범죄 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적용 법이 정한 양형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사방' 조주빈과 유료회원들에게 당장 적용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만 봐도 그렇다. 조주빈이나 유료회원 모두 음란동영상물을 본인만 소지하고 있을 경우에는 현행법상 죄가 되지 않지만 이를 유포했을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상 14조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아동음란물의 경우에는 유포하지 않고 소지만 하고 있어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대 끝물인 국회에서는 이른바 'N번방 처벌법' 입법 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에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도 나섰다. 그러나 이렇다 할 통합법이 없는 상황에서 각 발의안의 양형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실제 입안돼 심사를 거칠 경우에도 양형기준 수립이 쉽지 않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양형기준 검토 움직임이 있지만, 통합법이 나와야 기준을 정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에게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에서 나아가 특수강간 교사, 협박 등까지도 적용한 강력한 양형기준을 주문하고 있다. 법정 최고형까지 요구되는 상황에서 나오고 있는 현행법상 기준 중 대표적인 것인 범죄단체조직죄이다.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다.
 
또 조주빈이 검찰 송치 때 언급했던 것처럼 손석희 전 JTBC 사장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협박죄와 사기죄 적용도 요구된다. 협박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및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 조주빈은 직접 강제추행·강간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 아청법상 강간, '직원'에 대한 행위지배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특수강간 교사죄도 성립할 수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이 얼마나 수사해서 많은 죄목으로 기소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한 많은 혐의로 기소해 경합범으로 최고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이와 같은 범죄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최기철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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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