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생산차질의 수준을 넘어 현실화하고 있는 수출·내수의 동반침체는 또 한 번의 글로벌 '경제 대공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욱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달리 ‘공중 보건 위기’에 힘없이 무너지며 경제는 물론 사회붕괴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지금까지의 경제 대공황 상황들을 점검해보고, 또 한 번의 경제 대공황을 막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짙어지는 세계 대공황 그림자
②대공황 위기 마주한 국내 기업들
③흔들리는 한국경제 '역성장' 현실화하나
④세계 각국 대공황 어떻게 극복했나
⑤대공황 방지 해법은 '고용유지'
[뉴스토마토 조용훈·백주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붕괴하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실상의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서면서 해외 주요 기관들 역시 잇따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일부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까지 내놓으면서 이른바 '역성장'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뉴스토마토>가 3월 한 달 해외주요기관들이 발표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 이하로 점쳤다. 코로나발 경제 타격이 예상외로 커지면서 수출, 내수 등 전 분야가 침체돼 경제 정체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우선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26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1%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종전 1.9%에서 1.4%로 낮춘 데 이어 한 달도 되지 않아 재차 무려 1.3%포인트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무디스는 기존 2.6%였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5%로 낮췄다. 올 초만 하더라도 무디스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2월 말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확진자 급증이 내수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을 무디스가 내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JP모건은 지난달 20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0.8%로 재차 낮춰 잡았다. 코로나 발생 이전 JP모건이 전망한 성장률은 2.3%였다. JP모건도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불황 신호가 심상치 않자 전망치를 대폭 수정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성장률을 기존 1.1%에서 -0.6%로 낮췄다. 당초 S&P는 지난달 5일 1.6%에서 1.1%로 하향 조정한 뒤 18일 만인 23일 재차 눈높이를 낮췄다. 이들 기관의 전망치에 비춰보면 사실상 1분기(1∼3월) 한국 경제의 역성장은 거의 확실한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 영향에 따른 국내외 소비·투자·수출 파급 영향을 따져본다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사실상 실물 경제의 일제 추락을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전망치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일자리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기업들은 이윤이 창출돼야 숨을 쉬는 유기체인데,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며 "지금 모든 기업들은 생존이 목표라 체감 실업률은 IMF때 이상으로 높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수 증가 폭은 1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1848만8000명으로 지난해 2월에 비해 0.9%, 16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같은기간 30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는 1557만9000명으로, 9만8000명(0.6%) 늘어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이 지난 1월(22만1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날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병 위기 경보가 1월27일 '경계'로, 2월23일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 처음으로 집계된 사업체 고용 지표"라며 "코로나19의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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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조용훈·백주아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