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태원 클라쓰’는 단밤, 이태원 상권 현실은

“드라마 영향 모르겠다”…봄 되면서 이태원 유동인구 늘어나

입력 : 2020-04-01 오전 10:34:21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최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인기리에 종영을 했다. 드라마에서 이태원에서 요식업으로 성공한 박새로이(박서준 분)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이태원의 곳곳이 촬영 장소로 사용됐다. ‘응답하라 1988’ ‘힘쎈여자 도봉순’ 등 드라마에서 실제 지역이 사용되는 경우 해당 지역이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이에 드라마의 배경이 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상권이 재조명 됐다. 하지만 드라마가 보여준 ‘단밤’ 이태원의 모습과 달리 현실 속 이태원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이태원 클라쓰' 종영 후 이태원 거리 곳곳에 드라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태원 특색 살리는 게 관건?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이태원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4%로 서울 주요 상권 40곳 중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이태원 상권은 임대료 상승(젠트리피케이션)으로 2013년 3분기를 기점으로 상가 공실이 증가했다. 여기에 2018년 용산 미군 부대 이전으로 타격을 받았으면 2020년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태원 A 공인중개사는 이태원 상권에 대해 묻자 마자 손사래를 쳤다. A 공인중개사는 “겨우 문만 열고 있을 뿐 거래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태원 클라쓰’로 인해 이태원 상권이 재조명 받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드라마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했다. 
 
A 공인중개사는 이태원 상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경제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에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어려운 시기라고 했다. 이태원 상권을 이전부터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 부대의 이전,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탄을 늘어놨다. 
 

이태원 해밀턴 호텔 대로변을 둘러보면 임대 문의를 적어 놓은 건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실제 해밀턴호텔 인근 대로변에는 비어 있는 건물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심지어 5층 건물이 통째로 비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가게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픈 시간을 조정하거나 아예 임시 휴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B 공인중개사는 언론에서 이야기한 만큼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B 공인중개사는 “공실률이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높다고 하는데 이는 중대형 상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로의 큰 건물들의 공실률이 높을 편이지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나 대로변이 아닌 안 쪽으로 들어가면 공실률이 높지 않다”고 했다. 
 
특히 “대로변 비어 있는 건물들에 대해 임대인이 굳이 임대료를 받지 않고 건물을 놀려도 되는 사람들”이라며 “물론 중대형 건물들이 활성화가 되야 상권이 살아나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운 와중에도 잘 되는 가게들이 있기 마련이다”고 했다. B 공인중개사는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을 하는 가게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전문적이지 않은 이들이 오픈을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을 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프렌차이즈 역시 이태원 상권에서 특색을 살리지 못하면 살아 남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패밀리 레스트랑 프렌차이즈 역시 이태원에 오픈을 했지만 결국 철수를 했다.
 
이태원 세계음식 거리는 대로변과 달리 비어 있는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이태원이라는 상권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외국 프렌차이즈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지점을 내는 곳이 이태원이라고 했다. B 공인중개사는 이태원을 기점으로 전국으로 확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이태원 상권을 살리는 길이 다양한 나라의 음식, 문화 등이 집합된 특색을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지오비전 통계를 통해 상가정보연구소가 이태원 상권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30대가 꾸준히 상권을 찾아 특색 있는 점포의 월 매출이 높게 나타났다. 바 형 주점의 월 평균 추정 매출은 1억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용산구의 바형 주점 추정 매출 대비 약 4000만원 가량 높다. 
 
드라마 효과보단 봄바람 효과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배경의 많은 부분이 이태원에서 촬영이 됐다. 특히 박새로이가 운영하는 단밤 포차, 박새로이와 조이서가 처음 만난 장소 등에는 인증사진을 찍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을 찍는 이들 중 외국인들의 모습도 간간히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촬영지 역시 주목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파가 몰리기 마련. 하지만 촬영지 주변 상권의 관계자들은 드라마의 영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단밤 포차를 촬영한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편의점 C 관계자는 “드라마가 끝나고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늘긴 했다”며 “하지만 유동 인구가 늘었다고 해서 매출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했다. 더구나 이 관계자는 드라마의 효과보다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이태원에 전체적인 유동인구가 늘어난 느낌이라고 했다. 
 
단밤 포차 인근에 위치한 식당 D 관계자는 “2월보다는 3월 매출이 늘어나긴 했다. 매장 테이블이 주말에는 꽉 찬다”고 했다. 드라마가 매출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 하지만 봄이 되고 날씨도 따뜻해지면서 매출이 오른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태원 상권 특성상 겨울 시즌보다는 봄, 여름 시즌에 매출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단밤 포차' 등의 촬영지에는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 사진/뉴스토마토
 
식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가 끝나고 사람들이 많이 몰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 자체도 꺼리는 분위기지 않았나”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촬영지 인근의 위치한 카페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카페 관계자는 “드라마의 영향을 거의 못 받았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며 “그나마 지난 달보다는 매출이 조금 늘긴 했다”고 말했다. 
 
또한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보면 하나 같이 어렵다고들 한다. 임대료 내기 힘들다고 죽는 소리를 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인근에 위치한 한 편의점 점주 역시 “드라마 효과? 지금 이전에 비해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당장 기존에 일하던 알바부터 줄이고 내가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고 했다. 
 
착한 임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편의점 점주는 “주변에서 임대료를 깎아줬다는 이야기를 듣질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뭐 임대인이 임대료를 깎아줬는데 이를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태원 상권의 일부 가게는 코로나 19로 임시 휴업을 하거나 영업시간 단축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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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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