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먼저 보는 신문은
‘매일노동뉴스
’이다
. 일반 사람들에게는 낯설지만 노동 문제를 가장 빨리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신문이다
. 지난 한 달 신문 보기가 겁났다
.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니 눈앞이 깜깜했다
. 3월 중순부터 매일노동뉴스의 지면은 해고 소식으로 뒤덮었다
. 코로나
19의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항공업
·숙박업
·요식업
·건설 등의 일자리가 요동쳤다
.
사용자들은 구조조정의 칼을 휘둘렀다. 이스타항공은 약 300여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며 희망퇴직 중이다. 더 심각한 것은 명퇴금 한 푼 못 받고 직장 밖으로 내몰리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 기내청소 업체인 케이오와 한국공항의 하청업체 이케이맨파워 등은 정리해고를 사전 예고했다.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에는 6개 협력업체 2100명이 근무하는데,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1000명이 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권고사직과 정리해고로 내몰렸다. 산업의 가장 밑바닥 하청업체부터 정리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 계획도 백지화됐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4월 3일 특별이사회 결정으로 작년 말 약속했던 2300억원의 신규투자를 철회했다. 자금 지원이 없다면 쌍용차의 생존이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불려온 고용의 위기이다. 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세계경제 질서는 뿌리째 흔들린다. 세계 각국이 국경을 막자 생산 네트워크는 한 순간에 붕괴됐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은 한 순간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나쁘거나 더 나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공장들도 셧다운되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생산거점 37개 중 4분의 1이 멈췄다. 현대차는 미국, 체코, 러시아, 브라질, 터키, 인도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였다. 글로벌기업들의 공장가동 중단은 납품업체들에게는 직격탄이고, 인력 감축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맞닥뜨린 가장 큰 어려움은 불확실성이다.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방역도 걱정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일상생활의 멈춤과 먹고사는 문제이다. ‘병으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다’는 말이 시나브로 현실이 되었다. 멀쩡하게 생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해고되고,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닫는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2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이상 사업체의 2월 종사자 수는 1838만 8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만3000명(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1월보다 종사자 수가 14만3000명(0.8%) 줄어든 것에서 고용 타격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2월 조사결과는 예고편에 불과하며, 본편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4월 말을 넘기면서 노동시장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다. 유럽과 미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미국의 3월 마지막 두 주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1000만명으로 늘어났고, 실업률은 3.5%에서 4.4%로 상승했다. 최근 2주 새 프랑스에서도 400만명이 새로 실업수당을 청구했고, 영국 100만명, 스페인 80만명이 해고를 당했다. 실업대란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미증유의 위기에 맞설 총력전이 필요한 때이다. IMF는 코로나19 위기를 전쟁으로 규정짓고 정부의 적극적 ‘전시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위기 대응의 1단계는 ‘방역 전쟁’이며 2단계는 ‘전후 복구’이다. 비상 상황에 걸 맞는 비상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먼저, 일자리 지키기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의 이유로 한 해고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이탈리아를 치유하자” 법률명령 중 한시적 해고금지 조항(46조)를 통해 종업원 수에 관계없이 60일간 해고를 금지하였다.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유지금 확충을 통해 함께 살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기업에 구제금용을 지원할 경우 ‘고용유지’와 ‘임원의 상여금, 배당, 자사주 매입 제한’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둘째, 재난지원금 즉시 지급이다. 정부는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하위 70% 가구에 지급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70% 기준설정의 어려움과 행정 낭비를 고려하여 모든 가구에 예외 없이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필요하다면 고소득자와 자산가들에게 연말정산을 통해 환수하면 된다. 문제는 긴급성이다. 때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백약이 무효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프리랜서, 자영업자, 최대 5명의 정규직원을 보유한 회사에 기본 5000유로(약 673만원)를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평균 지급기간이 5일을 넘기지 않았다.
셋째,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2020년 1월 기준 국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 수는 약 226만개이고 가입자 수는 약 1370만명이다. 취업자 2680만명 중 약 49%는 실업급여의 사각지대에 있다. 221만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직이나 562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처럼 자영업자와 독립계약자에 표준화된 수당을 지원하여 생계지원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으며,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국민들에게 정부가 있음을 증명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