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계 '코로나19 대처법' 속속

"무대 위 배우 건강상태 2주전 체크했어야"…온라인공연·띄엄띄엄 좌석제 도입
'코로나 장기전' 돌입하는 분위기…중소 대중음악 레이블 "뭐라도 해야"

입력 : 2020-04-09 오후 1:09:2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배우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공연계도 속속이 대처법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 진행하던 무관중 온라인 중계를 늘리고, 띄엄띄엄 좌석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상반기 일정을 아예 하반기로 확정, '코로나 장기전'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9일 홍보사 클립서비스에 따르면 전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공연 중단 기간을 오는 22일까지 추가 연장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된 데 따른 조치다. 15~22일 공연 예매티켓은 별도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된다. 
 
앞서 지난달 14~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배우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재 함께 무대에 올랐던 128명의 배우와 스태프는 보건 당국의 지침에 따라 검사를 완료한 상태다. 해당 역학조사단의 현장조사, CCTV 등의 검사로 무대와 객석 1열 간 거리는 5미터 이상으로 파악했다. 무대를 통한 물리적 전파가 사실상 어려운 환경임을 확인했으나, 관객들 안전을 위해 향후 전문가 검진을 더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오페라의 유령'. 사진/뉴시스·에스앤코
 
'오페라의 유령' 여파에 뮤지컬 '드라큘라', '라흐마니노프'도 오는 19일까지 공연 중단을 연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공연계 관계자는 "무대 위 배우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려면 2주 전부터 배우들의 입국 관리를 했어야 했다고 본다"며 "'오페라 유령' 여파로 다른 뮤지컬들이 이를 의식한 것 같다"고 했다.
 
'무대 코로나 감염'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공연계는 '코로나19 대처법'을 속속히 내놓는 분위기다. 국립극장·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등 3대 국공립 공연장부터 민간 공연 단체, 기획사까지 조치 마련에 분주하다.
 
국립극장은 공연 실황 전막 영상을 온라인으로 내보내는 서비스를 확대한다.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이란 제목으로 3개 전속단체 6개 대표작을 5월8일까지 공식 유튜브 채널, 네이버TV로 공개한다. 
 
지난 3일 공개된 국립무용단 '묵향'을 비롯해, 국립창극단 '심청가', 국립국악관현악단 '격格, 한국의 멋', 국립무용단 '향연', 국립국악관현악단 '양방언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인투 더 라이트(Into The Light)' 등이 차례로 상영된다.
 
김철호 극장장은 “예술가들과 제작진들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주셨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 전막 상영이 가능했다”며 “장기적으로 우수 레퍼토리 공연 영상화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연생태계 상생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톡톡-로시니' 무관중 공연 및 온라인 생중계를 앞두고 리허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예술의전당은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로 연극, 발레, 연주회 등 공연의 유튜브 중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싹 온 스크린'은 예술의전당이 2013년부터 진행한 공연예술 영상화 프로젝트. 편당 카메라가 10대 이상 들어가고, 제작 기간만 4~7개월이 소요된다. 
 
이날 예술의전당에 따르면 공연 영상은 지난 2주간 조회 수 73만7621회, 누적 시청자 수 6만3654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영회마다 약 3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관람한 것으로, 대형 극장 객석 수(2000~2500석)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연극 '보물섬',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클래식 연주회 '노부스 콰르텟'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연극 '인형의 집' 등을 순차적으로 상영해왔고 최근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을 추가했다.
 
세종문화회관도 지난해 기획공연 중 우수 공연을 매 주말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지난 7일부터는 대중음악과의 접합을 시도한 방구석 공연 '힘내라 콘서트'(힘콘)를 시작했다. 오는 10일 오후 7시30분에는 밴드 아도이와 비주얼아트를 접합한 콘서트를 내보낸다. 21일 오후 같은 시간에는 4인 밴드 DTSQ의 공연 장면을 내보낸다.
 
온라인 공연을 강화하는 한편 '띄엄띄엄 좌석제'를 운영하는 등의 타개책도 나오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예술의전당과 공동으로 '영상으로 만나는 교과서 음악회'(10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새봄 희망나눔 콘서트(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를 진행한다. 이 두 공연은 철저한 방역 하에 소수 관객이 띄엄띄엄 자리를 앉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아예 '코로나 장기전'에 돌입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7일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상반기 공연을 하반기로 재조정하고 온라인 영상 서비스를 강화하는 대책안을 발표했다. 티켓 판매 수익 분배도 재조정했다. 남산예술센터의 경우 제작 투자 비율에 따라 극단과 수입을 분배했으나, 코로나로 제작비 회수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공연티켓 판매수익 전액을 공동제작 단체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관객들의 문화향유 기회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보장하고자 하는 코로나19 대응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후 음반 제작' 식의 현금 선순환 흐름이 깨진 대중음악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르면 한국 내에선 5~6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음원 수익에 도움이 되는 활동은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냐"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온라인 페스티벌', '온라인 브랜드' 공연이 활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중소 기획사 대표는 "그나마 음원 수익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하반기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냐는 심정이다. 공연 수익으로 음반을 제작해오던 중소 기획사들이 대체로 고전 중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안테나뮤직 랜선 페스티벌 '에브리씽 이즈 오케이', 사진/안테나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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