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의 유동성 공급 경로를 확대하기 위해 공개시장운영을 위한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특수은행채를 포함키로 했다.
한은이 특수은행채를 사들이는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상황이 그만큼 최악이라는 반증이다. 금융회사의 채권매수여력 확충을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도 매입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9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공개시장운영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개시장운영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공개시장운영은 한은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채 등 증권을 사고팔아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이나 금리 수준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 통화정책 수단이다.
특히 이번에 내놓은 증권 단순매매는 일정기한이 지난 후 금융기관이 되사가야 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보다 적극적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장기 시장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만큼 시장 안정용으로는 제한적으로 활용되는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특수은행채는 물론 은행채까지 단순 매매 증권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자금조달 비용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한은이 산은채 등 특수은행채 매입을 통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게 되면, 특수은행들은 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조달 자금을 회사채 매입에 활용하면 채권시장도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는 특수은행 뿐만 아니라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도 단순매매 대상증권으로 포함됐다. 안심전환대출 등으로 MBS 보유 규모가 크게 늘어난 시중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한은은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 매입을 실시하기로 했다. 매입 대상 증권은 만기 5년, 10년, 20년 등 국고채권 5종이다.
입찰은 경쟁입찰로 진행되며 10일 오후 13시30분에서 13시40분까지 10분간 진행된다. 최소 입찰금액은 100억원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국채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국고채 수급 안정 차원에서 국고채 매입 적극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증권사에 대해 우량 회사채 담보를 대출하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추가 유동성 공급 조치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방안도 마련한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만큼, 단시자금시장 경색 우려에 대비할 예정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