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백주아 기자] 정부가 올해 들어서만 2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총 150조원 규모의 종합패키지 대책을 마련한데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경기위축이 심화되고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올해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대내외 피해가 극심한데다 이미 생산·투자·소비 등 실물경제 타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발 고용충격까지 심화할 가능성이 커져 51년 만에 '3차추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6일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7조6000억원 규모의 '원 포인트' 추경을 편성했다. 이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한지 한 달 만이다. 한 해에 정부가 추경을 2번 편성한 것은 2003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2차 추경의 특징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만 편성됐다는 점이다. 또 빚 없이 허리띠를 졸라 실탄을 마련했다는 점도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국채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한 것은 2018년 청년일자리 대책을 위해 편성한 3조9000억원 추경이후 처음이다. 재원또한 세출사업 삭감으로 3조6000억원을 마련했으며 공공자금관리기금 지출을 줄여 2조8000억원을 충당했다. 여기에 각종 기금재원 1조 2000억원을 추경재원으로 투입했다.
정부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사태에 맞서 긴급 방역대응을 시작으로 이번 2차 추경편성까지 총 150조원이 넘는 수준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제1차 추경을 포함해 '1~3차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종합패키지'로 총 32조원을 지원한 데 이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를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출·보증 만기연장, 사회보험료 및 부가세·법인세 납부연장 등 350조원의 간접 지원효과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약 500조원에 이르게 된다"며 "코로나19 위기상황 종식시까지 정부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 동원하여 과감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더라도 2분기 이후 경기가 계속 타격을 받게 되면 정부는 국민들의 소득과 생계를 보장하고, 소비 진작을 위한 추경 편성을 또 고심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경제를 22년 만에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렇게 되면 경제 취약층부터 타격을 받을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대외여건에 매우 취약한 구조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작업장 일시 폐쇄, 노동공급 감소등의 공급과 외부활동 자제, 해외여행 위축, 기업들의 투자 이연 등 수요측이 모두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 세계적인 감염 확산세와 실물지표 추이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이동성이 크게 위축되고, 방한관광객도 급감하면서 민생과 직결된 서비스업과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최근 발표된 3월 실업급여 신규신청 건수 증가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아 실업대란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분기에만 일자리가 3000만개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으며 상근직 일자리는 2억개가 없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전세계 일자리의 81%가 해고·휴직·단축근무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아 경제여건의 빠른 반등도 어려울 수 있다. IMF가 전망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1.2%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다. 하지만 내년 경제는 3.4%로 반등폭이 4.6%포인트다. 세계 성장률이 올해 -3.0%에서 5.8%로 8.8%포인트 반등하는 점을 감안할 때 반등폭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간 한국 경제성장률 최저치는 외환위기때인 1998년 –5.1%였고, 그 다음이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0.8%였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일각에서는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3차추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차추경 때 정부는 세수 부족을 예측한 '세입경정'을 3조2000억원 포함했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2조4000억원 감액됐다. 하지만 올해 경기부진으로 법인세가 줄어들고, 코로나19로 근로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이 정부 예상보다 덜 걷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벌써 올 1~2월 걷힌 세금은 1년 전보다 2조4000억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더 확장적인 돈풀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차 추경규모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적정 지원이라고 하기에는 턱 없이 적다"며 "3차 추경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사각지대에 있는 부분 금융지원에만 한정돼 있는 소상공인 지원책의 경우 저리 대출을 넘어서 생계 대책을 해줘야 한다"며 "고용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한시적으로라도 제도를 만들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고용안전망 강화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코로나19가 끝난다고 바로 회복이 될 수 없어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파산한 경우 재기가 어렵고, 실직 노동자들이 바로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 경기부양책을 쓰는게 유용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하늬·백주아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