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항공업계에 무더기 해고를 비롯한 인력 감축 바람이 불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도 정상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경영난으로 권고사직과 해고가 잇따랐던 지상조업사 협력업체들의 인력 회복이 우려된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항공편이 급격히 줄면서 관련 업종 대부분은 개점 휴업 상태로, 지상조업사들은 인력의 최대 90%에 사직을 권하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지상조업사 권고사직 규모는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달 31일 기준 지상조업사 인력 9000여명 중 45%가 휴직에 돌입했거나 퇴직한 것으로 파악했다.
항공업계 노동조합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상조업사, 일없어 해고는 했는데…
당장 일이 없어 직원들을 해고한 지상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면 해고한 직원을 우선 채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미 다른 일자리를 찾아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상조업사는 기내 청소, 수하물 운반, 기내식 제공 등의 업무를 하는 업체로 항공사들이 주로 자회사 형태로 운영한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에어포트, 제주항공도 모기업 애경산업의 자회사 제이에이에스(JAS)에서 지상조업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2차 업체, 협력업체와 함께 일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상조업 업무는 단순 노동도 있지만 직종에 따라 수개월씩 교육이 필요한 것도 있다. 지상조업사 한 관계자는 "특히 비행기에 장비를 갖다 대는 일은 숙련된 직원이 아니면 바로 투입하기 어렵다"며 "교육 후 바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신입이 수십년된 직원의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훈 한국공항 노동조합 위원장은 "유럽의 경우 지상조업을 하는 직원들이 모두 공항 소속이라 고용이 안정돼 있다"며 "한국은 코로나19를 빠르게 회복한 나라지만, 인력 회복이 늦어져 다른 나라보다 항공업 개점 휴업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상조업사들도 협력업체까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사진/뉴시스
비행 없는 조종사들… 자격 박탈 위기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조종사들의 운항 자격 유지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항공편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더라도 이를 운항할 조종사가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적사 조종사들은 항공기를 운항하기 위해 기종별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면장(면허)을 가지고 있더라도 항공기마다 운항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종별로 '한정증명'을 추가로 취득해야 하는데 한정증명은 90일 내 이·착륙을 각각 3회 이상 한 경험이 있어야 운항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자격 유지에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하늘 위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대형기 A380 운항 자격을 가진 조종사들이다. 이 기종은 장거리 노선인 미주와 유럽에 주로 투입하는데 최근 여객 수요가 줄면서 이 노선에도 중·소형기를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가 터지자 조종사 자격 유지를 위한 정기 훈련과 자격 심사를 모의비행장치로 대체하도록 했다. 하지만 A380 모의비행장치를 보유한 국적사는 대한항공 1곳으로 이마저도 1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장치는 2인 1조로 하루 5팀만 이용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조종사들도 운항 자격 유지를 일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영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만약 휴업이 5월을 넘겨 장기화할 경우 상당수 조종사들이 자격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국토부는 항공사별 휴업 상황과 전망, 훈련장비 현황 등을 전수 조사해 닥쳐올 조종사들의 대량 자격 상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