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스트레스성 두통은 현대인들에게는 익숙한 질병이다. 익숙한 만큼 누구나 흔히 겪는 증상이라는 생각에 병원 진료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에 그치기도 한다. 하지만 진통제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어, 두통의 강도가 심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에는 정확한 원인을 찾고 치료를 하는 것이 두통의 재발을 막는 길이다. 특히 뇌 질환의 증상으로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두통학회 연구에 따르면 국내 편두통 환자 추정치는 약 830만명이다. 이는 성인 6명 중 1명 꼴이지만, 실제 병원을 찾는 사람은 턱없이 부족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지난 2015년 188만2503명, 2017년 202만5607명, 2019년 215만5940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환자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실제 두통을 겪는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통은 크게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일차성 두통과 원인 질환으로 발생하는 이차성 두통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일차성 두통은 뇌의 바깥을 감싸는 혈관, 말초신경, 근육 등에 의해 생기며 사람들이 흔하게 겪는 긴장성 두통, 편두통, 군발 두통이 이에 해당한다. 이차성 두통은 뇌출혈, 뇌졸중과 같은 뇌 질환이나 내과 질환 등의 원인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다.
일차성 두통 중 가장 흔한 두통인 긴장성 두통은 통증 강도가 약하고 좋지 않은 자세, 스트레스, 불안감, 우울감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문제는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심한 강도의 반복적인 두통이다.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누군가 망치로 머리를 깨는 듯한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거나 빛이나 소리에 의해 두통이 더 심해지는 경우다. 이러한 심한 두통을 겪는 날이 일주일 중 2, 3일이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해야 한다. 방치할 경우 만성 두통으로 발전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또 뇌혈관 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이차성 두통의 경우 두통 자체가 위험신호이므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뇌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두통은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처음 발생한 두통이 진통제를 복용해도 가라앉지 않고 점차 심해지면서 며칠 이상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두통과 함께 팔다리 마비, 시력 저하, 의식 저하, 경련 등의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는 두통은 뇌졸중, 뇌출혈, 뇌정맥혈전, 뇌혈관수축 등 응급상황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두통 치료는 의사의 문진과 뇌 MRI, CT 등의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개인의 증상이나 빈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 일차성 두통의 경우 대개 약물 치료나 주사 치료를 시행하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편두통의 경우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보톡스 주사요법을 통해 두통 빈도와 강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김태우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두통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라며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심한 두통은 학업이나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우울증, 스트레스, 분노와 같은 정신적인 고통도 동반되므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복적인 두통을 경험하거나 두통이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고통스럽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한다"라며 "또 두통, 어지럼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뇌혈관 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증상을 기억해뒀다가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