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원료 전환을 이유로 제품단가를 높게 책정한 막걸리업체에 대해 지나치게 이윤만 추구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막걸리 열풍을 확산시켜 막걸리 산업을 키우는 대신 최근의 인기에 편승해 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일 국순당이 출시한 ‘우리쌀로 빚은 국순당 생막걸리’는 이마트에서 현재 14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쌀을 원료로 한 ‘국순당 생막걸리’ 1100원에 비해 27% 가량 높게 소비자가가 책정됐다.
‘우리쌀로 빚은 국순당 생막걸리’의 업소 납품가는 1300~1400원 사이로 미국쌀 원료의 ‘국순당 생막걸리’(1000~1100원) 보다 28% 가량 높다.
주류를 취급하는 업소의 판매가는 납품가의 3배 수준으로 책정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우리쌀로 만든 국순당 생막걸리’의 업소 판매가는 미국쌀을 쓴 ‘국순당 생막걸리’에 비해 500원에서 1000원 가량 비싸게 값이 형성되고 있다.
이밖에 우리쌀로 원료를 전환하거나 우리쌀 원료 막걸리를 새로 출시한 업체들 상당수가 외국쌀 원료 막걸리보다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
막걸리 원료를 수입쌀에서 국내쌀로 전환하면 제조 단가가 올라 그 상승분을 일정 부분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실제 수입쌀 가격은 국내쌀 가격에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쌀 원료 전환이 반드시 가격 인상의 이유가 될 순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다.
막걸리의 주세는 전통주 육성을 위한 정부의 배려로 맥주ㆍ소주의 72%에 크게 못 미치는 5%에 불과하다.
원료 전환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국순당 등 많은 업체들과 달리 우리쌀로 원료를 전환한 이후에도 제품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업체들도 있다.
▲한비네트워크 '세종 생막걸리'
'세종 생막걸리'를 유통하고 있는 한비네트워크는 지난해 말 국내쌀로 원료를 전환한 후에도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 우리쌀을 원료로 한 '세종 생막걸리'를 이전처럼 업체 납품가 1000원, 시중가 1100원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한비네트워크 관계자는 "국내쌀로 막걸리를 제조해도 최소 20~30%의 마진을 챙길 수 있다"며 "이렇게 일정 수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가격 인상이 자칫 막걸리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제조가격 인상분을 회사측에서 감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 납품가를 100~200원만 올려도 실제 업소 판매가는 최대 1000원 가까이 올라 소비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 대표적인 서민주로 꼽히는 막걸리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북 지역에서 '우리쌀 생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는 '천둥소리' 역시 업소 판매가를 3000원에 맞추기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천둥소리 관계자는 "국내쌀을 원료로 쓰는 것은 물론 단 맛을 내기 위한 인공감미료 역시 업계 90% 이상이 쓰는 아스파탐이 아닌 원료가가 7배 가량 비싼 수크랄로스를 쓰고 있다"며 "다른 업체와 비교할 때 제조원가가 높은 수준이지만 좋은 술을 좋은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국순당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업체들의 경우 국내쌀로 원료를 전환해도 대량 구매가 가능해 영세업체에 비해 원가 절감의 여지가 있는데도 이를 이유로 가격을 올린 것은 지나치게 이익만을 좇는 행위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막걸리 열풍이 거세지만 이 열풍이 얼마나 길게 갈지는 미지수”라며 “막걸리 열풍 확산과 막걸리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지금은 대다수 업체가 눈 앞의 이익을 좇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막걸리 인기는 그 동안 좋은 술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조금 인기가 있다고 해서 금방 가격을 올리면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