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민간소비가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최악으로 고꾸라진 영향이 컸다. 최근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2분기에는 소비와 투자가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문제는 수출이다.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가 크게 위축됨에 따라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가 본격화되면 2분기는 물론 연간으로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6.4% 감소해 외환위기 시기인 지난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컸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2월 중순이후 코로나19 영향이 나타나면서 서비스업과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제활동 크게 위축됐다"면서 "1분기 -6.8% 성장한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고 볼 수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 성장 패턴을 기준으로 하면 괜찮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출 항목별 성장기여도를 주체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성장률(1.3%) 중 민간 기여도는 0.4%포인트였지만, 올해 2분기 -1.5%포인트 떨어졌다. 항목별로는 내수의 기여도는 -2.0%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민간 소비지출 기여도는 -3.1%포인트를 차지했다.
문제는 수출이다. 3월부터 코로나19 영향이 미국·유럽 주요국은 물론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며 -2.0% 떨어지는 데 그쳤지만 2분기 감소폭은 이보다 더 클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전년대비 26.9%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우리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하려면 2분기 성장률이 중요하다. 크게 위축된 내수가 2분기에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인지, 또 수출 감소폭이 얼마나 클 것인지 등에 달렸다”고 말했다.
만약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 올해 마이너스 성장 방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1960년 이후 단 세 차례다. 1979년 3·4분기, 1997년 4분기~1998년 2분기, 카드사태가 벌어진 2003년1·2분기다. 보통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내면,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올해 1%대 성장을 하려면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0.6~0.7%를 기록해야 한다. 만약 2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된다면 3분기부터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4분기에 경제활동 수준이 지난해 4분기 수준으로 간다면 0% 부근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6일 올해 한국 성장률을 종전보다 3.4%포인트 낮은 -1.2%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2분기도 1분기와 비슷하거나 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 미약한 회복을 이어갈 테지만 0% 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이 반영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2분기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되고, 하락폭에 따라 연간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동성 상당히 공급을 한 상태라 당장의 기업 도산이나 부실은 덜하겠지만 문제는 이후 몇달간은 고용 등 회복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 해도 브이(V)자 반등은 어렵고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