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여권의 잇따른 성추문과 야권의 막말 등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내부 청년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큰 실망을 줬다"거나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식이라면 앞으로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는 자책과 자괴감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26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진 복수의 민주당과 통합당 청년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여당은 최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이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추문에 이어 또 다시 유력 정치인의 성인지감수성 부족에 따른 사고가 발생한데 따른 실망감의 표현인 셈이다.
한 민주당 청년 당직자는 "당내 훌륭한 정치인들을 보며 꿈을 키워가는 당내 활동가들에게 큰 아픔과 실망을 안겨줬다"며 "앞선 미투 사례들로 피해자의 인생이 얼마나 힘들고 망가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수십년 정치인으로써 쌓아온 업적과 공들이 무너지는 사례가 있었음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국민들이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준 취지를 이해한다면 결코 발생해서는 안될 일들"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당 지도부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사건 직후인 지난 24일 "피해자와 부산시민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원내대표는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최대한 빨리 윤리심판원을 열어 납득할만한 단호한 징계가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원내대표는 "선출직 공직자를 비롯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젠더 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태와 관련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합당은 선거 패배를 자초한 막말이 화두다. 후보자 개개인의 역량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파에 의해 공천을 하다보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게 청년 당직자들의 판단이다.
통합당의 한 청년 당직자는 "우리 당의 막말 문제는 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국민 정서를 헤아려야 할 정치인들이 제대로 그 정서를 파악하지 못했고 많이 미흡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는 "건강한 보수의 목소리가 아니라 본인만의 생각에 천착돼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보수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꾸리고 그에 걸맞는 정치 신인을 적극 발굴해 멀어진 민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통합당은 총선 참패 직후 간담회를 갖고 집단적으로 당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간담회에서 이들은 "단순한 자책이 아닌 냉철한 반성과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이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가 현재 다수의 유권자인 3050세대와 동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정치권이 기득권을 버리고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의 문제는 여당과 야당을 나눠서 볼 문제는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에 대해 "상하관계의 위력에 의한 범죄"라며 "이번 경우엔 지방정부에서 성범죄에 대한 감시체계가 미흡했고 사건에 안이하게 접근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성추문과 막말은 여야 모두 민심을 제대로 읽고 낮은 자세로 국민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정치에 임한다는 자세부터 가져야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습에 나선다. 민주당은 27일 초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며 총180석을 얻은 거대 여당의 책임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워크숍에서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참패로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한 통합당은 일단 현 지도부 사퇴와 동시에 당 수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워크숍을 갖고 역시 체질 개선을 기한다.
배경 현수막 설치 관계자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회의실에서 당의 기존 현수막을 철거한 뒤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메시지가 적힌 새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