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집에서 나오지 못하다 오늘 모처럼 마음먹고 왔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 (방역 대책을 보니 이제)생활방역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사회적 거리두기 마지막날이자 어린이날인 5일 네살 자녀와 함께 서울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을 찾은 박잎새(35)씨는 <뉴스토마토> 기자에게 걱정했던 것 보다는 환경이 나아 안심이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박씨처럼 안심하는 시민들이 있었지만 연령대에 따라 생활방역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상대적으로 젊은층들은 6일부터 시작하는 생활방역에 거리낌이 덜했지만, 중장년층으로 갈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김철호(57)씨는 "이렇게 사람이 모이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늘 이후로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도감과 걱정속에서도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대체로 방역 수칙 준수에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거의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간간히 개인이 소지한 손소독제를 바르는 등 위생에 신경쓰면서 관람에 임했다.
관람객 급증에 대비해 어린이대공원측도 방역과 개인위생 홍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동물원 개방 시간인 오전 10시쯤 어린이대공원 정문과 후문에는 마스크 착용 등 안내사항이 현수막으로 붙었으며 직원들이 '2m 간격 유지', '마스크 착용'이 쓰여진 어깨띠를 두르고 서있었다. 입구에는 손소독제를 비치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동물원 정문과 후문에서도 직원들이 배치돼 일방통행을 안내하고 있었다. 정문으로만 입장이 가능하고, 후문으로만 퇴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동물원은 관람객이 오래 머무르는 특징이 있어, 정문과 후문 모두에서 관람객이 유입되면 인원이 한데 뭉치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인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입장한 시민들이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물론 통제를 따르지 않으려는 일부 시민들로 인해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노부부는 귀가하려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동물원 후문으로 입장하려다 공원 관계자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이에 남성은 "장난치지 말라"며 밀고 들어가려 했지만, 직원들은 "약속을 지키셔야 한다"며 만류했다. 수 분 정도 언쟁이 있었지만 다행이 큰 탈 없이 상황은 정리됐다.
공원 관계자는 "평소 지나던 길을 왜 못 가게 하느냐고 항의하는 어르신이 많다"며 "말로 하면 다툼이 벌어질 확률이 높아 안내사항을 붙이고, 바닥에 거리두기 표시를 하는 등 시스템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공원내 놀이동산은 입장할 때부터 시스템화된 방역이 지켜지는 편이었다. 관람객들은 바닥에 2m 간격으로 뱀 또아리처럼 늘어선 사각형틀에 가족 및 일행단위로 줄을 섰고, 입장 전에는 발열 여부 체크 후 순서대로 매표소로 향했다. 다른 출입구가 여러 곳 있었으나 공원측은 현수막 등으로 차단해 인원을 한 쪽으로 모았다. 일괄적인 방역 조치를 위해서다.
안심과 우려 속에서 어린이대공원은 현재의 부분 개방을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공원 관계자는 "폐장과 완전 개방 요구가 다 있지만, 아이 입장에서 보수적으로 정책을 취할 것"이라며 "학교 등교일이 지나고 안정이 되면 완전 개방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원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 5만명 정도의 시민이 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 코로나19 이전 오전에 간간히 비가 내리던 비슷한 날씨의 휴일에 1만5000명 정도 입장한다는 게 공원측의 설명인 만큼 평소보다 3배 이상의 인파가 몰린 셈이다. 물론 어린이날이라는 특수성도 관람객 급증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어린이대공원은 코로나19가 급증하던 2월29일 산책로를 제외하고 주요 시설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가 지난달 29일 놀이동산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이달 1일부터 실외 동물원까지 문을 열었다.
관련해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고 판단, 3월 22일부터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날로 종료했다. 6일부터는 일상 생활과 방역을 병행하는 생활방역 체제를 적용한다.
어린이날인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에 입장한 시민들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서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