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1분기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어 2조원에 달하면서 올해 연간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손실 1조775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고 6일 공시했다. 영업 외 손실 2720억원까지 더하면 세전손실은 2조472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조2693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냈는데 올 1분기에 지난해 벌어들인 돈을 다 써버린 셈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2.6% 감소한 11조1630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5522억원이다.
1분기에 조 단위 영업손실을 내며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건 2014년이 유일했는데 당시 적자 규모는 2313억원이었다. 같은 해 1분기에는 225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요 감소로 2분기에도 정유사들이 반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어 하반기에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하지 못하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연간 적자 규모는 2014년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역대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여 있지만,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큰 폭의 적자가 난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시장 상황 악화, 코로나 19, 유가 하락, 환율 상승까지 4중고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사업은 1분기 모두 1조63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 손실(9418억원) 영향이 컸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수요까지 줄어들며 역대 최악의 성적을 받게 됐다.
화학사업도 2015년 4분기 이후 창사 이래 두번째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제품 마진은 개선됐지만 납사(휘발성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며 적자가 불가피했다.
미래 먹거리로 삼는 배터리사업은 104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 분기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1공장의 경우 1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했고, 중국 공장도 2분기 중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1분기 실적은 충격적이지만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도 멈추지 않는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배터리에 매년 약 2조씩 투자해 왔으며 미국 2공장 증설은 내년과 후년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라며 "기존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한 여러 선택지를 고려해 (투자로 인한) 재무구조가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