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지현기자]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핵심이슈는 바로 '은행세'였다.
◇ G20 합의 도출 실패
이른바 '오바마 택스(Tax)'로 불리는 은행세는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은행들이 초래한 만큼 금융기관에 세금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 은행세 도입에 관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등의 큰 진전은 없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G20 코뮈니케 발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행세와 관련해 "각국의 여건 다르기 때문에 국가별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부실의 원인을 가진 쪽에서 부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라는 것에만 합의를 이뤘다.
◇ 나라별 입장 제각각
실제 은행세에 대해서 나라별로 주장하는 형태가 다르다. 각국이 처한 금융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이 주장하는 은행세는 '비예금성 부채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정 비율 이상의 비예금성 부채에 수수료를 물리는 형태를 말한다.
비예금성 부채가 외화 차입금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면 외환 시장의 유동성 과잉을 제어하고 급격한 외화유출에 따른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세 도입에 반대하는 캐나다의 경우 '조건부(우발) 자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위기 때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하는 완충장치를 마련해 은행 건전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조건부 자본'이란 평상시에는 채권으로 간주되지면 예상하지 못하나 위기 상황 발생 시 후순위채보다 쉽게 은행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증권을 말한다.
◇ 우리나라는?
은행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은행세가 구제 금융 재원을 마련하고 은행들의 무분별한 부채를 줄이는 등의 장점도 있지만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 부담을 전가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무분별한 은행세 도입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문제가 되는 단기외채를 줄이기 위해 직접적으로 선물환 규제하는 등 목적에 맞는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은행세 도입에 다소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반면, 최병선 서울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한국은 외환의 유출입이 가장 자유로운 나라로 금융선진국에서 은행세를 도입하면 우리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안지현 기자 sand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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