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러시아·중국에서 유행하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북한을 거쳐 비무장지대(DMZ) 인근 접경지역을 통해 전파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7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야생멧돼지 ASF 역학조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입경로는 러시아·중국에서 유행 중인 ASF 바이러스가 DMZ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됐다.
지난 2019년 10월 2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전국적으로 채취한 야생멧돼지 시료 1만6809건을 검사한 결과를 보면, 585건(약 3.5%)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16개 시도 177개 시·군·구의 멧돼지 시료 중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고성, 포천 등 7개에서만 ASF 바이러스가 양성이었다.
지역별 양성건수(검출율)는 연천 230건(39.3%)과 화천 222건(37.9%)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파주 96건(16.4%), 철원 29건(0.5%), 양구 3건(0.5%), 고성 3건(0.5%), 포천 2건(0.3%) 등의 순이다.
특히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보면,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검출한 500여건의 ASF 바이러스는 모두 유전형Ⅱ(Genotype Ⅱ)로 확인됐다. 이는 러시아·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ASF 바이러스와 동일하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이러스 유전형은 25개다. 이 중 유전형Ⅱ는 동유럽(조지아공화국)에서 발생해 유럽과 중국, 러시아,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으로 퍼진 바이러스다.
연구진은 국내 멧돼지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유전형이 현재 러시아·중국 등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같다는 점을 들어 전파 경로를 북한으로 추정했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ASF 바이러스 유전형이 국제적으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 최근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지난해 5월 말 북한 압록강 인근 자강도 양돈농장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공식 보고를 내놓은 바 있다.
한편 멧돼지 이동차단을 위한 울타리가 ASF 바이러스 차단 및 지연에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파주·연천·철원·화천 지역의 ASF 바이러스가 지난 4월 30일까지 설치된 18개의 2차 울타리 안에서 주로 검출되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추가적인 역학조사·분석을 통해 정확한 유입 및 전파경로를 규명해 보다 효과적인 방역 대책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가칭)의 조속한 개원을 통해 상시적이고 신속한 역학조사 체계를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7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야생멧돼지 ASF 역학조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입경로는 러시아·중국에서 유행 중인 ASF 바이러스가 DMZ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됐다. 출처/환경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