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기자와 검사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해당 내용을 보도한 MBC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MBC는 검찰의 요청이 부적절하다는 등의 이유로 공개된 자료 외 제출을 거부했다.
8일 MBC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이번 의혹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지난 4일 '수사자료 제출 협조 재요청'이란 제목으로 다섯 번째 공문을 발송했다.
MBC는 "MBC는 그동안 취재자료 일부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고, 검언 유착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검찰은 MBC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지난 4일 다섯 번째 공문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MBC 통합뉴스룸은 오늘 검찰에 회신공문을 발송함과 동시에 두 공문의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며 "MBC는 앞으로도 시청자께 관련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공문에는 △채널A 이모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 이철에게 보낸 서신 △신라젠 대주주 이철이 귀사에 보낸 서면 인터뷰 자료 △채널A 기자들과 신라젠 대주주 이철의 대리인인 지모씨 간의 대화가 녹음된 파일과 녹취록, 채널A 기자들과 성명불상의 검찰 고위 간부의 통화 내지 대화가 녹음된 파일과 그 녹취록 △채널A 기자들과 지씨 간의 대화 내지 만남 장면이 촬영된 영상물 △기타 채널A 기자 사건 취재와 관련된 자료 등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MBC는 이모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VIK) 대표에게 보낸 서신과 이 전 대표가 MBC에 보낸 서면 인터뷰 자료에 대해 "MBC 뉴스 홈페이지에 기공개돼 있음"이라고 답변했다.
채널A 기자들과 지모씨 간의 대화 녹음 파일에 대해서는 "제보자가 MBC에 제공한 것"이라며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취재원 동의 없이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취재윤리를 위배하는 것으로 요청에 응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보도의 취지, 즉 불상의 검사장과 채널A 기자 사이에 수사를 둘러싼 부적절한 유착이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의 녹음 파일과 녹취록은 검찰에 이미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채널A 기자들과 검찰 고위 간부 간의 녹음 파일에 대해서는 "채널A 또는 해당 기자에게 제출을 요구해야 할 사항이며, 본사는 그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채널A 기자들과 지씨가 만난 장면의 영상물에 대해서는 "해당 촬영문은 두 당사자 간의 만남이 실존했다는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분도 보도에 활용된 바 없는 언론사의 취재자료를 수사기관이 요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기타 취재 자료에 대해서도 "범죄와 연루되지 않은 언론사의 취재자료를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요구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응답했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3월31일 이 기자가 이 전 대표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신라젠 수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4월1일 후속 보도에서는 이 기자가 신라젠 의혹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연관성에 대해 집착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이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에 대해 협박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이 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달 21일 김서중 민언련 상임공동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후 그달 28일 채널A 관련 부서 사무실 등 5곳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다만 채널A 본사에 대해서는 소속 기자들의 반발로 대치가 이어지면서 30일 오전 2시50분쯤에서야 일부 자료를 확보한 후 철수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 기자들이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압수수색을 1박2일째 막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스튜디오의 불이 꺼져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