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에서 입주민에게 폭행·폭언을 당한 끝에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고 최 모(56)씨 유족이 가해자로 지목된 B씨에게 아직까지 사과를 받지 못해 발인을 미뤘다고 밝혔다.
13일 최씨의 형인 A씨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동생이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고 가는 길 홀가분하게 갈 수 있도록 발인을 미뤘다”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틀을 미뤘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 경비실 앞에 마련된 고 최모 경비원를 위한 추모 공간. 사진/뉴시스
A씨는 “제가 (B씨 에게) ‘오셔서 잘못했다고 하고 죄송하다고 하고 그 말 한마디만 해 달라. 그럼 동생이 편하게 영면할 수 있을 거다’ 사정도 해 보고 전화도 드려봤다”고 토로했다.
그는 “(B씨는)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르쇠, 나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엉뚱한 말만 했다”며 “그러다 자기가 출국금지 됐다는 사실을 알고 어제 처음으로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왜 우리 동생한테 사표내라고 그랬느냐. 왜 우리 동생을 그렇게 괴롭혔느냐. 왜 우리 동생을 그렇게 때렸느냐. 왜 우리 동생 코뼈를 골절시켰냐. 그랬더니 나중에 전화를 딱 끊고 받지도 않더라”라며 “지금까지도 ‘아파서 못 가네, 뭐 또 언론에 노출돼서 못 가네’, 이렇게 계속 핑계만 대고 있다”고 했다.
A씨는 B씨가 “(사과를) 한 번도 안 했다”면서 B씨는 경비초소에 CCTV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폭행했고, 이후 ‘형한테 맞아서 코뼈 부러진 거 괜찮냐’는 거짓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하며 가짜 장애진단서를 내미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은 폭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초소에 CCTV는 없지만 (B씨가 최씨를) 때리려 들어가는 것도, 때리고 (초소에서) 끌고 나가는 것도 CCTV에 나온다”며 “그럼에도 B씨는 가짜 장애진단서를 내밀고 동생을 압박했다. 아주 지능범이고 나쁜 사람이다”고 말했다.
A씨는 “동생은 ‘어린 딸이 있다. 좀 도와달라. 딸하고 먹고 살아야 된다’ 이렇게까지 얘기했다”며 “그런데도 B씨가 후배들을 불러서 땅에 묻어버리겠다고 하니, 나중엔 얘가 완전히 겁을 먹고 눈이 커져서 아무데도 안 가려고 하고 그런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차문제로 최씨와 갈등을 겪던 B씨는 경비 초소에 CCTV 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고인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북경찰서는 폭행 등 혐의를 받는 이 아파트 주민 B씨를 지난 11일 출국 금지했으며, 이번 주 내 B씨를 소환할 전망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 B씨는 “폭행 사실이 없고, 주민들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