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등 단체는 1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그동안 제기된 이재용 부회장의 6대 혐의를 반드시 조사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6대 혐의에 대한 의견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 합병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회사의 방침에 의해 이뤄진 것이고, 단지 삼성로직스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이뤄진 것이므로 이 부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도 반드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얼마 전에 이재용 부회장이 사과했다는, 그것이 환영할 만한 일이 되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진정성을 담아 모든 행위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밝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사과가 정말 의미가 있으려면 죗값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과가 양형에 반영되기 위해서, 다시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모든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고도 남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부회장 스스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도대체 삼성이란 기업이 아닌 이재용 총수 일가를 위해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까지 특혜를 베풀어야 하는가. 사법부까지 그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면서 "검찰은 제대로 수사하길, 재판부는 엄정하게 판결을 내려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등 단체는 의견서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의 핵심 과정이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과 필연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분식회계는 이 부회장의 사적 이해관계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으므로 삼성그룹 총수로서 그룹 전체에 경영권을 행사해 온 이 부회장의 지시 하에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된다"며 "즉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 이사들의 재무제표 허위 작성 등을 공모해 회계사기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파기환송심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가 인정된 바 있다"며 "이에 검찰이 6가지 혐의를 철저히 조사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부당 합병, 그 과정에서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가담 여부를 철저히 밝혀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의견서에는 △제일모직 가치 상승을 위한 2015년 에버랜드 공시지가의 비정상적 급등 △2012년~2014년 바이오젠과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 계약 공시 누락을 위한 조직적 방해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한 삼성물산 경영진의 비정상적 경영 행태 △2015년 삼성물산 부당 합병비율의 적정성 정당화 보고서 작성과 승인 △삼정·안진회계법인의 부당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의 국민연금 전달 △삼성물산 합병 불공정성 수습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자본잠식 위기 해결 위한 회계기준 변경 등 의혹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날 정몽진 KCC 회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을, 13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각각 불러 조사했다. 지난 11일에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6년 5월 삼성바이오와 상장 대표 주관사로 계약을 체결하고, 약 4개월간 실사를 진행한 후 같은 해 11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시켰다.
지난 2015년 합병 전 제일모직 최대주주면서도 삼성물산 주식은 보유하지 않았던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에 대한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의 비율이 낮게 산정될수록 유리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0.35의 합병비율로 합병됐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 덕분에 합병 삼성물산 지분을 늘릴 수 있었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른 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확대됐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체결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는 등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체결한 2012년부터 이를 공시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 감사보고서에서 주주 간 약정의 존재만을 간략하게 언급한 것 외에는 공시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7월 삼성바이오에 대해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과 함께 회계처리 기준 등 위반 내용을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ㅗ구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