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소재 A아파트 경비원 고 최모씨 유족이 가해자로 지목된 입주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여기에 산업재해 신청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A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최씨는 지난달 21일과 27일 입주민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최씨는 고소장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지난 4일 자신이 근무하던 아파트에서 처음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지만 당시 극단적 선택을 실행에 옮기기 전 일부 주민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같은 달 10일 자택에서 재차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사망했다.
최씨가 4일 당시 녹음한 음성 파일에는 B씨가 “’경비복을 벗어라’고 하면서 ‘산으로 가자’고 했다”며 “’너와 나의 싸움은 하나가 죽어야 끝나니까’라고 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그는 "B씨가 ‘사직서 안 냈으니까 백대를 맞아라’고 했다”고 밝히며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다’ 등 협박성 발언도 들은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자신을 돕던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너무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이 비어 있다. 지난달 21일과 27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주차 문제로 인해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경비원 최모씨는 지난 10일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최씨 유족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A아파트 입주민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B씨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서울북부지법에 제기될 것으로 전해졌다.
류 변호사는 “사망 사고에서 정신적 손해배상은 금액이 상당할 것”이라며 “아직 산정이 완료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가 생전에 겪었을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과 함께 고인의 두 딸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할 계획”이라며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최씨의 두 딸에게 상속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15일 B씨의 재산을 가압류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바 있다.
한편 최씨의 산업재해 신청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최씨의 산업재해 신청을 대리하고 있는 이오표 노무사는 “현재 유족들과 서류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며 “산업재해라는 것이 명확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노무사는 “(산업재해 신청은) 최씨의 극단적인 선택이 업무와 연관이 있는가를 살펴보는 절차”라며 “경찰조사를 통해 폭행·폭언이 있었다고 밝혀지면 상황이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유족들에게도 가정의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내용이 없다”며 “최씨가 남긴 음성 유서를 통해서도 상황이 입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르면 다음 주 최씨 산업재해를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