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인기리에 종영을 했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주연을 맡은 배우 김희애를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부의 세계’ 최대 수혜자라고 하면 여다경 역을 맡은 배우 한소희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러한 인기 덕분에 한소희는 일거수일투족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폭발적인 인기에도 한소희는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했다.
한소희는 ‘부부의 세계’가 끝나고 많은 인기를 얻었음에도 행복한 감정보다는 슬프고 우울한 감정이 크다고 고백했다. 그는 “9월부터 시작했으니 긴 시간 동안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행복한 감정으로 촬영을 하다 뚝 멈춘 느낌이 크다”며 “당장이라도 촬영을 할 거 같은데 더 이상 촬영이 없다 보니 그리움이 우울함으로 변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아 각별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는 중이라고 자신의 현재 감정을 설명했다.
‘부부의 세계’는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20대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소희는 원작과 대본을 보고는 드라마가 무조건 중장년층이 환호하고 열광하는 드라마라고 생각을 했단다. 그는 “막상 드라마가 공개되고 20대에게도 인기를 얻게 된 건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 한소희.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20대가 여다경을 좋아해준 것에 대해 “앞뒤를 재지 않고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부모를 등질 수도 있는 그런 순수함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어린 나이에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조차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렇다고 여다경이라는 인물이 좋아해줄 수 있더라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고 했다.
실제 여다경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부에 불과 했을 뿐 여다경의 엔딩에 ‘금수저 엔딩’이라는 불만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한소희 역시 이러한 여론에 동의했다. 그는 “현실적이고 씁쓸한 결말”이라고 말했다. 이태오(박해준 분)가 바닥까지 무너지지만 부잣집 내연녀인 여다경은 살 길을 찾아 떠나고 원하는 공부를 하며 새 인생을 찾기 때문.
한소희는 “여다경의 엔딩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덜 사이다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결말 이후에 집중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소희는 “여다경은 지금부터가 지옥이다. 25살에 아빠 없는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사랑을 해도 비극적인 결말을 잘 알아서 쉽게 사랑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부부의 세계’ 결말에서 여다경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중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가 건넨 쪽지를 그 자리에 남겨둔 채 밖으로 나온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한소희는 “전의 상실”이라고 했다. 지옥 같은 전쟁을 겪은 여다경에게 남은 남녀 간의 감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런 여다경 입장에서 아무 것도 모를 거 같은 남자의 관심에도 아무런 감정이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
부부의 세계 한소희.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여다경을 연기한 뒤 한소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소희는 여다경처럼 사랑만으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하고 나선 결혼, 가정이 사랑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맨땅에 헤딩을 할 수 없다. 내 자신의 자존감이 높아야만 가정이란 걸 책임지고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결혼을 못 할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특히 한소희는 “드라마를 통해서 결혼을 하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신중해야한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여다경 역할을 맡으면 한소희는 지인들에게 많은 욕을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시대가 바뀐 것을 느낀다고 하기도 했다. 한소희는 “한소희와 여다경을 구분해서 봐준다”며 “인상 깊었던 반응 중에 ‘여다경은 싫지만 한소희는 좋아’라는 글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도, 친구들도 모두 지선우(김희애 분) 편이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오히려 가족, 친구들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서 악녀 이미지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에 대한 타격이 없었다고 했다. 한소희는 장난스럽게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여다경에 대한 욕이 가득한 지인들의 카톡이 50개쯤 날아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부의 세계 한소희.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시청자들에게 한껏 미움을 받은 캐릭터임에도 이를 연기한 한소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부부의 세계’의 최대 수혜자라 할만하다. 그 역시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인정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부끄러워진다고 했다. 많은 주목을 받은 만큼 기대에 부응을 해야 하는 것이 숙제이기에 부담감도 따라오는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소희는 “내가 잘해서 잘된 작품이 아니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생각한다”고 갑자기 얻게 된 인기에 들뜨기 보다는 오히려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고 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부부의 세계’가 저에게 끝이 아니에요. 내 인생, 내 자신을 평가하다 보니까 ‘내가 잘 해서 잘된 작품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부부의 세계 한소희.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