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한국 조선업계가 경쟁국을 따돌리고 23조원 규모의 수주잭팟을 터트렸다. 경쟁국이 따라올 수 없는 건조 기술력과 품질은 물론 정확한 납기 준수로 선주의 신뢰를 얻은 성과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카타르 페트롤리움(Qatar Petroleum, QP)과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Deed of Agreement)를 체결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왼쪽 두번째)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알카비 QP 회장의 연설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이번 계약은 무려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이며 카타르는 최대 100척을 발주한다는 계획이다. 카타르는 정식 건조 계약 전, 조선 빅3의 건조공간(슬롯)을 미리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 빅3가 고대하던 대규모 수주 잭팟을 터트린 배경에는 카타르가 국내 조선사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LNG선의 척당 선가는 1억8000만달러에서 2억달러 수준으로 상선 중 가장 고부가가치선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LNG선은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의 극저온 상태에서 액화해 운반하는데 이때 화물창 내부에서 천연가스가 매일 0.09~1% 가량 자연 기화된다. 조선 빅3 각사는 자연기화된 천연가스를 거의 100% 재액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선주는 선박 운영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대 경쟁국인 중국도 한국의 LNG선 기술력과 경험은 따라올 수 없다. 이번 슬롯 계약 규모도 한국이 16척을 따낸 중국을 크게 앞선다.
뿐만 아니라 품질, 안정성, 탁월한 설계능력, 납기준수 등 모든 면에서 경쟁국을 월등히 앞선다. 이러한 경쟁력이 한국 조선업계 약진의 바탕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은 LNG선 시장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전 세계 발주된 LNG선(143억달러) 중 131억달러를 수주하며 91.3%를 점유했다. 지난해도 61척 중 49척을 따내며 조선 강국의 면모를 보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선박을 만드는 기술은 중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월등히 높다"며 "조선업계의 큰 자산인 기술력으로 선주 신뢰를 얻어 계약을 따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드 알카비 에너지 장관이 화상으로 조선 빅3와 슬롯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 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이번 계약은 발주 시장이 크게 침체된 상황에서 따낸 만큼 의미가 있다. 앞서 지난 2004년에도 조선 빅3는 카타르가 발주한 44척의 LNG선을 싹쓸이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가 당시에 이어 또 한번 호황기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발주인 점을 감안하면 조선사가 선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QP의 CEO이자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인 사드 알카비가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중연료 추진엔진 설치 계획을 밝힌 만큼 선가가 더 오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조선사는 같은 선형의 선박을 많이 건조할 수록 수익이 많이 남는다"며 "이번 계약은 카타르가 실제로 발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슬롯 계약이 실수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